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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매머드 복원, 정말 가능할까요? (1)

[취재파일] 매머드 복원, 정말 가능할까요? (1)
얼마 전, 영국 가디언지에 동물 복제와 관련해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 박사가 매머드 복원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월머트 박사는 한 학술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매머드 사체에서 손상되지 않은 골수세포를 얻을 수 있다면, 매머드 복원의 성공을 알리는 시작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윌머트 박사는 이어, “나는 그동안 이 생각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질 좋은 매머드 세포를 채취할 수만 있다면 뭔가 유용하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 것으로 기대한다. 매머드 복제를 낙관적(Wildly optimistic)으로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봤던 멸종 생명체를 복원한다니,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기초의학을 공부한 제겐 매우 흥미로운 얘기였습니다. 월머트 박사의 주장처럼 매머드 복원은 과연 가능할까요?

매머드 복원에 뛰어든 과학자들

사실 매머드 복원에 나서겠다고 나선 사람은 윌머트 박사가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1년 일본 교토대 아키라 교수가 매머드를 복제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우리나라의 황우석 박사도 러시아 현지 연구를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매머드 복원 연구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동물복제 전문가들이 매머드 복원에 나서며, 사회적 관심도 무척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CNN 같은 외신은 물론, 세계적 다큐멘터리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황우석 박사의 연구 등을 자세히 보도하며, 매머드 복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이 매머드 복원사업이 단순한 과학적 연구를 넘어 ‘황우석 박사가 재기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맞춰지며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들며, 매머드 복원이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연구가 그렇듯 멸종한 생물을 복원하는 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만큼이나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입니다.

매머드 복원으로 가는 4가지 과정

매머드 복원 가능성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매머드 복원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매머드 복원은 크게 4단계를 거쳐 이뤄지는데요,

1) 우선, 얼어붙은 매머드 사체에서 손상이 덜 된 ‘살아 있는 체세포’를 추출한다.
2) 매머드와 생물학적으로 비슷한 코끼리의 난자를 추출, 그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다.
3) 핵이 제거된 코끼리의 난자에, 매머드의 체세포 핵을 이식한다.
3) 이렇게 형성된 수정란(코끼리 난자+매머드 핵)을 코끼리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4) 그리고 임신한 코끼리가 정상적으로 매머드를 출산한다.

아시다시피 매머드는 이미 멸종해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시베리아 동토에는 죽어서 얼어 있는 매머드의 사체가 있습니다. 영하 30~40도의 극한에서 매머드가 얼어 죽은 채 묻혀 있는 거지요. 이렇게 죽은 매머드 사체에서 유전자가 잘 보존된 세포를 분리한 뒤, 생물학적으로 매머드와 가장 유사한 코끼리의 난자에 매머드 유전자(핵)를 이식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을 다시 대리모 코끼리의 자궁에 착상시켜 키워서, 이 코끼리가 매머드를 출산하게 하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간단해 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네 단계를 무사히 거치기 위해선 또 세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우선, 얼어붙은 매머드의 사체여서 DNA가 잘 보존된 체세포를 분리하는 작업. 두 번째로 이 매머드의 체세포를 이식할 코끼리의 난자를 채취하는 작업. 끝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을 품어줄 대리모 코끼리를 구하는 일. 이렇게 세 가지 험난한 과정이 또 필요합니다.

손상되지 않은 매머드 체세포 확보?

매머드 혈액 캡쳐_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손상되지 않은 DNA가 들어 있는 매머드의 체세포를 확보하는 작업입니다. 현재 이 매머드 체세포 확보 작업에 가장 앞서 있는 연구진은 러시아 연방 사하공화국의 북동연방대학 연구팀입니다. 사하공화국은 '매머드의 공동묘지'로 불릴 만큼 매머드 사체가 많이 발굴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체가 많은 것과 질 좋은 체세포를 구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낮은 온도에 조직이 얼어붙으면서, 얼음 결정이 세포를 찌르고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일본 교토대 아키라 교수는 이런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16년 동안 냉동된 쥐의 체세포에서 DNA를 얻는 데 성공한 일이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매머드의 DNA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 오는 2016년까지 매머드를 복원하겠다.” 그러나 매머드 털을 이용해 매머드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스테판 슈스터 교수는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16년 냉동된 쥐와 1만 년 동안 동토에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매머드를 비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 긴 세월 동안 세포 안의 DNA는 분명히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1만 년 동안 얼어 있는 매머드의 세포가 온전하길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매우 운이 좋아 세포가 파괴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슈스터 교수의 지적처럼 세포 안에 들어 있는 DNA는 손상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마디로 복제 수정란을 만들 씨가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황우석 박사 연구팀도 지난해 확보한 매머드의 뼈와 근육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추출하려고 노력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뼈 안에 있는 골수에서 외부 막이 없는 세포핵을 발견했지만, 이것 역시 DNA가 많이 손상돼 실제 연구에 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또, 얼마 전 발견한 매머드 혈액도 세균에 오염이 됐거나 DNA가 부서졌을 가능성이 커 실제 연구에는 사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처럼 복제 수정란을 만들 수 있는 DNA를 구하는 건 1만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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