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뉴욕, 함정수사로 잡힌 성매수 104명 신상 공개" 참조)

이번 수사에는 전형적인 함정 단속이 동원됐습니다. 국내에서는 경찰이 고속도로 등에서 숨어서 속도 측정을 해서 과속 단속을 해도 함정 단속이라고 논란이 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운전자들이 과속을 하도록 만들어놓고 단속을 하는 것, 즉 함정을 파놓고 단속한 것이 아니라면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숨어서 과속 단속을 하는데 함정 단속이라며 논란이 되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이번 수사는 진짜 함정을 파서 벌인 겁니다. 아예 인터넷 사이트에 가짜 성매매 광고를 내고 이걸 보고 연락을 해온 사람을 경찰 요원이 성매매 여성으로 위장해서 호텔방에서 만났습니다. 물론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방입니다. 그리고 성매수를 하려는 남성과 가격 협상까지 벌입니다. 흥정이 마무리되면 옆방에서 기다리던 경찰이 덮치는 겁니다.

우리가 볼 때는 이게 정말 놀라운 대목인데 미국에서는 함정 단속 자체는 크게 논란이 되지도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단속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죠. 가끔은 FBI가 가짜 테러 관련 사이트를 만들어서 찾아드는 불나방을 잡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범죄 가능성을 처벌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는데 미국 사회에서는 용인이 됩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서는 한꺼번에 104명이나 단속한 것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 카운티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성매수로 처벌된 남성이 겨우 30여 명에 불과했는데 한꺼번에 100명이 넘게 단속됐으니 놀랄 만도 하죠. 주로 단속된 건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겁니다.
정작 논란의 대상이 된 부분은 다음 부분입니다. 검찰은 이렇게 단속된 사람들의 이름과 사진, 나이, 사는 곳을 모조리 공개한 겁니다. 104명의 적발된 남성들 가운데는 변호사도 있고 의사, 교사, 펀드매니저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이도 20대 초반에서 79세까지 다양하고요. 그 중의 상당수는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부촌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한인도 2명이 있다는군요.

이 사건을 전해들은 동료 기자들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아무리 미국이지만 이렇게 성매매 시도를 했다는 이유로 이름과 사진 등을 다 공개해도 되느냐는 거죠. 하지만 공개 자체도 미국에서 불법은 아닙니다. 아침마다 신문에는 전날 지역 사회에서 음주운전이나 폭력 등으로 체포된 사람들의 명단이 사진과 함께 실립니다.
범죄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진은 커녕 실명도 공개하면 안 된다는 한국의 태도. 그리고 법을 어긴 사람은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는 미국의 태도. 똑같이 무죄추정 원칙을 가지고 있고, 수사에서의 적법절차 원칙 등을 우리에게 전수해준 미국의 이런 태도가 반인권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인권이라는 것을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은가, 과연 우리는 왜 이렇게 언론 보도에서 익명 보도 비율이 높은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렇게 실명과 사진을 모두 공개한 것에 대한 반발은 있습니다. 당연하죠. 가정이 있는 사람들을 이렇게 공개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하더군요. 당사자들은 변호사를 동원해 신원 공개 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발이야 할 수 있지만 신원 공개를 막을 방법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일부 카운티 구치소에서는 재소자 사진까지 실명과 신체 특징, 죄명 등과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하는 나라니까요.
이번 사건을 수사했던 카운티 검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공개적 수모는 자신들의 선택으로 당하는 일이다, 이런 일로 결혼을 희생하는 사람, 직장을 잃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이런 일을 당한다는 것을 알면 앞으로 성매수를 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수요가 없어지면 그런 사업(성매매)도 없다...고 말이죠.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카운티 검찰청 홈페이지에도 올라 있습니다. 아래 주소를 참조하시길.
http://www.nassaud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