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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8년 전, 스카우트들의 눈에 비친 '유망주 박찬호'는?

명예의 전당, 박찬호 마이너 시절 '스카우팅 리포트' 공개

[취재파일] 18년 전, 스카우트들의 눈에 비친 '유망주 박찬호'는?
1994년 4월 8일,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합니다.

외국인투수가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에 직행한 경우는 박찬호가 처음이었습니다.

꿈 같은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4월 15일 두 번째 등판을 마친 뒤 더블A행을 통보받습니다. 기약없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된 것입니다.

박찬호 취파용

(사진 1 : 1995년 마이너리그 더블 A 샌안토니오 미션스 시절의 박찬호 :
사진 제공 NC 다이노스 이태일 대표)

이때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돌아오는 1996년 시즌 개막 전까지의 2년은, 박찬호가 투수로서 성숙해 가는 결정적 시기였습니다.

기존의 직구와 슬라이더 외에, 지금도 평생의 은인 중에 한 명으로 꼽는 버트 후튼 코치로부터 커브를 전수받습니다. 체인지업까지 익히며 왼손타자를 상대할 무기까지 얻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경을 이겨내며 정신적으로도 강해진 '코리안 특급'이 완성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찬호 취파용
 
(사진 2 : 1995년. 맨 왼쪽이 커브를 전수해 준 은인 버트 후튼 코치.
사진 제공 NC 다이노스 이태일 대표)


 
이 시기,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본'박찬호의 성장기'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귀한 자료가 공개됐습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옛 스타들을 기념하는 것 외에도, 야구 문화 보존과 확산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야구 박물관'에 가깝습니다.

명예의 전당은 올해를 '스카우트의 해'로 지정했습니다. 스카우트들의 공헌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 중에 하나로, 옛 스타들의 스카우팅 리포트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공개했습니다.

스카우트들로부터 옛 리포트들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는데, 약 1만 2천건의 방대한 자료입니다. 주로 1930~60년대 선수들이 많은데 배리 본즈, 마이크 피아자, 게리 셰필드처럼 우리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스타들도 있습니다.

이 중에 박찬호를 관찰한 스카우팅 리포트 3점도 포함돼 있습니다.
 
박찬호 취파용

(스카우팅 리포트 1 : 1995년 7월 2일. 볼티모어 스카우트 존 콕스)

 
가장 먼저 작성된 리포트는 1995년 7월 2일의 것입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태평양지역(한국-대만-일본) 책임 스카우트로 일해 가끔 국내 언론보도에도 등장하는 존 콕스 씨가 볼티모어 스카우트 시절 작성한 것입니다.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앨버커키에서 뛰던 박찬호를 관찰한 보고서입니다.

가장 주목하는 건 역시 엄청난 강속구입니다. 70점 만점에 55점의 좋은 점수를 줬고, 특별히 '평균보다 월등히 좋다 Well Above Average'라는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특이한 것은 가끔 '컷패스트볼'의 움직임을 보인다고 본 것입니다(CUT FB for Quality Pitch) 콕스 스카우트의 눈에 보인 컷 패스트볼은, 아마도 아마추어 시절 주 변화구였던 슬라이더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점도 언급합니다. 커브와 체인지업이 불안정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빠른 투구 간격을 지적합니다 '사실 지나치게 빠르다. 공을 던지자마자 포수에게 다시 받아 던지려 해 컨트롤 문제가 생긴다. 서두르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다 In fact, too fast. Can't wait to get ball and throw it, which creates problems with control. rushes and overthrows'라고 썼습니다.
 
박찬호 취파용

(스카우팅 리포트 2: 1995년 7월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스카우트 게리 펠란트)

 
두 번째 리포트는 1995년 8월 3일에 작성됐습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게리 펠란트 스카우트의 작품입니다.

박찬호는 이 직전에 부상에 시달렸나 봅니다. '사타구니 경직에서 돌아왔고, 과거에 팔 통증이 있었음. 지금은 건강해 보임'이라는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전체적인 평가는 콕스 씨와 비슷합니다. 독특한 건 '마무리투수의 가능성'을 언급한 겁니다. 이유는 직구와 커브 두 구종이 뛰어난 반면, 아직 체인지업은 워밍업 때 보여주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마무리투수는 레퍼토리가 단순해도 힘으로 짧은 이닝을 버틸 수 있는 반면, 선발투수는 보통 3가지 구종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반대손을 쓰는 타자(우완투수인 박찬호의 경우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변화구가 있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 견해입니다.

류현진의 경우, 오른손 타자를 잡는 필살기인 뛰어난 체인지업이 있었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펠란트 씨는 아직 '세 번째 구종'을 갖추지 못한 박찬호를, '나라면 마무리투수로 쓸 것. 마무리로 압도적일 가능성이 있다 Would take him and make a closer out of him. Could be very dominant in that role'라고 평가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아직 선발투수로는 미지수라는 겁니다.
박찬호 취파용

(스카우팅 리포트 3: 1995년 7월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스카우트 마이크 스고바)

 
이 해 11월 15일에 작성된 마지막 세 번째 리포트에는 바로 이 '세 번째 구종'에 대한 의미있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마이크 스고바 스카우트가 쓴 리포트에는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의 속도 변화가 좋다 varies speed on str CH'는 언급이 나옵니다.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이란 옆으로 흘러나가는 일반적인 체인지업(요즘은 주로 서클체인지업)의 궤적과는 다른, 비교적 '똑바로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말합니다.

이 때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참가하고 있던 박찬호는, 이제 실전에서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즉 '선발투수 박찬호'가 무르익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박찬호의 전체적 기량에 대해 가장 좋은 평가를 내립니다. '1-2년 안에 주축 선발투수가 될 것 probabaly a year or two away from being front line ML starter'이라고 예측합니다.

박찬호는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다저스 투수진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를 합니다. 스카우트들의 '발전했다'는 평가가 입증된 것입니다. 그리고 25인 로스터에 진입해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인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국 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대투수가 됩니다.

이번에 공개된 스카우팅 리포트는 '코리안 특급'의 성장기를 객관적으로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스카우팅 리포트의 원본은 http://scouts.baseballhall.org/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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