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나 별거한다고 하면 흔히 성격차이 때문인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경제 문제로 이혼을 결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이혼이나 별거중인 여성 6백여 명을 대상으로 남편과 헤어진 이유를 조사한 결과, 경제문제, 즉 돈 때문에 결별을 결심했다는 비율이 26.1%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배우자의 외도가 24.1%, 성격 차이 22.2% , 학대나 폭력 12.9%, 가족 부양의무 불이행 11.1% 등의 순이었습니다.
오랜 불황으로 먹고 살기가 팍팍해지다 보니 돈 문제로 파경에까지 이르는 부부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3년 전 같은 조사를 보면 이혼이나 별거 사유로 '성격 차이'가 26.8%로 가장 비율이 높았고, 이어 배우자의 외도 25.2%, 경제 문제 22.8% 순이었습니다.
지난해 조사에서 12.9%를 차지했던 학대나 폭력은 7.4%에 그쳤습니다.
두 조사를 비교해 보면, 성격 차이로 말미암은 결별은 감소한 반면 경제문제나 학대-폭력 때문에 이혼하거나 별거를 택한 여성은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령별로도 이혼 사유가 좀 다른데요, 이혼이나 별거 당시 20대와 30대인 여성은 배우자의 외도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은 반면 40대와 50대 이상은 경제 문제가 이혼 사유인 경우가 단연 많았습니다.
또 결혼 기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는데요, 결혼 기간이 10년 미만인 여성은 배우자의 외도가 가장 비율이 높은 반면, 결혼 기간 20년 이상의 여성은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이혼, 별거 사유였습니다.
결혼 연도별로도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는데요, 1979년 이전에 결혼한 여성은 배우자의 외도로 말미암은 이혼, 별거가 가장 많은 반면, 1980년 대에 결혼한 여성은 경제 문제, 1990년대 결혼한 여성은 성격 차이, 2000년대 결혼한 여성은 경제 문제를 각각 가장 중요한 사유로 꼽았습니다.
최근에 결혼할 여성일수록 배우자 외도 보다는 경제문제나 가족 부양의무 불이행을 들어 이혼, 별거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셉니다.
이혼이나 별거를 먼저 제안하는 쪽은 아내가 83%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남편은 15%, 시부모나 친정부모는 2% 등이었습니다.
특히 40대와 50대 이상 연령층에선 아내가 이혼, 별거를 제안하는 비율이 86%를 넘을 정도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았습니다.
이전 같으면 힘들고 괴로워도 참으면서 어떻게든 부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었지만 요즘은 당당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여성들이 그만큼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