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최고 전문지인 ‘셀’은 미국 오리곤 대학의 연구결과를 비중 있게 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뿐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했다. ‘사람의 배아줄기세포, 세계 최초 성공’ 이 보도를 접한 주변 사람들의 첫 반응은 의아하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 배아줄기세포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 왔는데, 세계 최초 성공이라니?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배아에서 추출한 것이다. 배아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된 후부터 8주 후 모든 장기를 갖춰 어엿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태아 전 까지를 말한다. 배아줄기세포는 보통 수정란 직후부터 14일 이전까지의 배아에서 추출한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에 어떤 조작을 해서 여성의 자궁에 다시 주입하면 자궁에 착상해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늘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혀 왔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는 달리 어떤 세포도 될 수 있고, 실험실에서 무한대로 증식시킬 수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과 여러 질병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약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배아줄기세포는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 바로 면역거부반응이다. 여성의 경우 본인의 난자를 채취하고, 남성의 경우 자신의 정자를 이용하더라도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와 일치되는 유전자는 50%에 불과하다. 부모 자식간에도 간이나 콩팥을 맘대로 기증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때문에 배아줄기세포는 주로 망막질환 같은 곳에 제한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망막은 원래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장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 콩팥은 물론 골수, 뇌 신경 조직까지 인체 거의 모든 장기는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으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배아줄기세포의 면역거부반응을 잠재울 수 있는 획기적인 면역억제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배아줄기세포를 망막 이외의 인체 장기에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 차 의과대학의 배아줄기세포도 난치성 망막 질환에만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이번에 세계 최초라고 발표되었던 인간배아줄기세포는 지금까지 설명한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다. ‘체세포 이식 배아줄기세포(Human Embryonic Stem Cells Derived by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라고 한다. 배아줄기세포이긴 한데 체세포의 핵이 이식된 줄기세포다. 기존 배아줄기세포의 한계점인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한 이른바 꿈의 줄기세포다.
면역거부반응이 없다고?
세포는 생식세포와 체세포로 분류된다. 생식세포는 난자와 정자처럼 유전자를 절반(n)만 갖고 있다. 반면 피부, 근육, 신경 세포와 같은 체세포는 유전자를 온전히(2n) 갖고 있다. 난자(n)는 정자(n)와 만나 수정란(2n)이 되어야만 하니 유전자를 절반만 갖고 있는 것이다. 수정란(2n)에서 분화된 체세포들은 당연히 2n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는 세포의 핵이란 곳에 위치하는데, 예를 들어 난자의 핵에는 절반(n)만큼의 유전자가 있고, 피부세포의 핵에는 그 두 배(2n)의 유전자가 있는 것이다. 난자의 핵(n)을 제거하고, 여기에 피부세포의 핵(2n)을 이식한다면 어떨까? 난자는 정자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난자의 핵의 양은 2n이 된다. 수정을 하지 않았지만 마치 수정란이 된 것처럼 배아가 되어 분열할 수 있다. 또 여기서 나온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처럼 인체 모든 세포가 될 수 있다. 실험실에서 무한대로 증식시킬 수 있어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기존 배아줄기세포의 한계였던 면역거부반응은 어떨까? 어떤 여성에게 난자를 제공받았든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환자의 피부세포에서 핵을 이식했다. 2n의 유전자가 모두 환자에게서 100% 나온 것이다. 면역거부반응이 생길 아무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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