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양계장의 암탉처럼'…아기 공장에 갇힌 소녀들

[취재파일] '양계장의 암탉처럼'…아기 공장에 갇힌 소녀들
참. 팔다, 팔다 못해 아기까지 만들어 파는 공장이라뇨. 말 그대로 'baby factory'.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난 이야깁니다.

아기 공장으로 이름 붙여진 나이지리아 동남부 이모주의 한 주택에는 17명의 10대 소녀들이 있었습니다. 소녀들의 나이는 14살에서 17살 사이. 끔찍한 건 이 소녀들이 모두 아기를 가진 상태였다는 겁니다. 초경을 시작하자마자, 또는 초경을 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거죠.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집 안에서는 11명이나 되는 갓난아기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어린 소녀들을 임신시켜 아기를 낳게 한 후 돈을 받고 내다 판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걸 누구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있으니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도 부족할 텐데, 이 소녀들의 영양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끼 밖에 먹지 못했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감금당한 채 한 끼 식사로 하루를 버티며 아기를 낳을 날만 기다리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온 겁니다.

누가 꿈 많은 소녀들에게 이런 짓을 했을까요? 이들을 임신시킨 사람은 한 사람입니다. ‘아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토악질이 나올 것 같으니 말을 바꾸겠습니다. 이 소녀들의 배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의 유전자 절반은 23살의 한 젊은 남성에게서 나왔습니다. Oyibo 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된 상탭니다. 그리고 자신이 집 안에서 발견된 모든 소녀들과 성관계를 맺고 임신시킨 사실을 시인했다고 합니다. 현재 경찰은 이 남성 뒤에서 아기 공장을 운영해온 우두머리 격의 중년 여성의 행방을 찾기 위해 나선 상태입니다.

불행하게도 나이지리아에서 아기를 내다파는 공장이 적발된 건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1년에도 아비아주의 경찰이 한 주택을 급습해 32명의 임신 소녀를 구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짐승만도 못하다’는 비난이 쏟아진 적이 있습니다. 2008년에는 지역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아기를 낳을 때까지 감금당한 여성들이 구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요? 유럽연합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과 더불어 인신매매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인신매매에 희생되는 여성들은 종종 성매매에 내몰리는 게 현실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인신매매방지기구인 Naptip은 나이지리아 아기들이 한 명당 1,920에서 6,400달러, 오늘 환율로 치면 우리 돈으로 213만 원에서 710만 원에 팔린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 기준으로 봤을 때 나이지리아의 1인당 GDP가 1,657달러인 걸 생각하면 아기 매매는 정말 큰 돈벌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기들을 파는 소녀들은 그 대가로 얼마를 받을까요? 아기의 성별이 여자냐, 남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남자 아기가 더 비싸다고 합니다.) 보통 16만 원에서 20만 원을 받습니다. 열 달이라는 임신 기간을 견디고 배 아프게 낳는 것도 소녀들인데 수십 배에 달하는 이득을 가로채는 건 정작 다른 사람이라니. 분통 터지는 현실입니다.

소녀들은 왜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는 걸까요? 바로 가난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세계 10대 석유 수출국 가운데 하나. 이 모두가 나이지리아 앞에 붙는 화려한 수식어지만 석유 수출에서 오는 수익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주민의 실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 농업 국가였던 나이지리아가 석유로 막대한 부를 구축하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이 일부 정치가와 그 무리에게 돌아가면서 주민은 굶주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한 통계에는 나이지리아 국민의 65%가 불안정한 식량 수급에 시달리고 있고, 5세 이하의 아동 가운데 25%, 즉 4명 중 한 명은 영양실조라고 하니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이렇게 아픈 현실 속에서 가난한 나이지리아의 여성들은 쉽게 아기 매매의 유혹에 빠져들게 됩니다. 심지어 병원을 포함한 의료 기관마저 불법적인 아기 거래에 동참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법으로 팔려 나간 아기들은 어떻게 될까요?
흑인 소녀

일단 아기들은 불법 입양됩니다. 이건 그나마도 좋은 편에 속하는 경우. 상당수의 아기들은 플랜테이션 농장이나 탄광, 공장 등에서 노예 생활을 합니다. 여자 아이는 윤락가로 보내져 성매매 도구로 전락하는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목숨이 붙어있다는 점에서 앞의 일들은 운이 좋은 축에 속할 지도 모릅니다. 일부 아이는 장기 적출을 위해 살해되고, 심지어 흑마술  의식의 제물로 희생되기도 합니다. 영국 BBC 방송국의 나이지리아 주재원의 말을 옮기면 “더 매력적이고 강해지기 위해 아기를 살해하는 주술 의식이 행해지는” 것이 나이지리아의 현실인 겁니다.

유네스코는 나이지리아에서 하루에 최소 10명의 아동이 매매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누구도 모를 일입니다. 나이지리아 법률은 불법으로 아기를 사고 팔 경우 최대 징역 14년 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체포된 23살의 남성도 그 정도 형을 받게 되겠죠. 쓰레기는 재활용되면 새로운 자원이 되는데, 그만도 못한 행위를 저지르고도 고작 14년형이라니. 비극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요.

아기 공장에 관련된 내용들을 살펴보다보니 ‘더 팩토리’라는 이름의 영화가 나옵니다. 보지는 못했지만 낮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밤에는 소녀들을 납치해 지하실에 가둔 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하는 악랄한 사이코패스를 추적해가는 형사이자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스릴러라고 합니다. 공포 영화의 소재가 지금도 여전히 현실에서 반복되고 있을 나이지리아. 큰 눈망울의 소녀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