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법안소위가 각 의원들이 발의한 안을 취합하고 조정해 확정한 안은 공휴일이, 토요일은 아니고, 일요일 하고 겹칠 때만 월요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단, 설과 추석 연휴의 경우에만 명절 당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나라도 겹치면 하루 더 휴일을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연간 평균 3.3일의 휴일이 더 생긴다고 합니다.
법안소위 위원들은 대체휴일제로 인한 추가 휴일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같이 합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체휴일제 시행이 무난하게 확정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통상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토론해 의결한 법안은 전체회의에서는 내용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추가하여 의결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상적인,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 것 자체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대체휴일제에 대해서도 대기업 근로자들은 환영하지만 자영업자나 주부, 일용직 근로자들은 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대체휴일제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 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새누리당 의원들은 황영철 의원만 제외하고 대부분이 정부측 입장에 동조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대기업 논리에 밀려 대체휴일제를 도입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지만, 결국 회의는 정회됐습니다. 오늘(29일) 다시 국회 안행위는 전체회의를 열었고, 대체휴일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대체휴일제, 간단해 보였던 이 법안이 이렇게 진통을 겪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휴일을 법으로 규정하는 문제에서 장벽에 부딛혔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공휴일을 지정하는 법률이 없습니다. 대통령 령인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나와있는 휴일을 민간 기업들이 내부 규정이나 노사협의를 통해 기준 삼아 그대로 휴일로 정해 따르고 있는 겁니다. 대부분 달력에 '빨간 날'은 다 쉬는 것으로 알고 있기는 하지만, 민간 기업이 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기본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착된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 규정으로 정한 휴일은 휴일수당을 지급해야하고 회사 규정으로 정한 날이 아니라면 휴일수당은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주 5일 근무제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법정 휴일로 정한 것이 아니고 '주40시간 근로제'를 도입함으로서 주5일 근무를 시행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법제화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최고 수준이고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오히려 노동 생산성을 떨어지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에 사례가 없더라도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공휴일 법을 제정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두 번째는, 대체휴일제 추진에 대한 정부 내부 입장 차이 입니다.
대체휴일제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지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문화분과의 추진과제로 대체휴일제가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분야 인수위 관계자들과 이견이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여권 내에서도 논의가 설익은 상태인 겁니다. 대체휴일제는 시행될 경우 연휴 증가로 관광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을 분석되고 있어 문화체육관광부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소관부처인 안전행정부로서는 국정과제에 들어 있는 것은 분명하니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전폭적으로 시행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2011년도 특임장관실에서 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대체휴일제를 희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자영업자와 주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대체휴일제를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야 의원들이 '대체휴일제를 반대하는 것이냐?' 라고 물으면 '제가 언제 반대한다고 했냐? 반대가 아니라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야한다는 것이다.'라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세번째는, 대체휴일제에 대한 찬반 논의가 새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에 대한 재계의 반발과 맞물렸다는 점입니다.
경제단체들은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대체휴일제가 통과되자, 성명을 내고 대체휴일제를 반대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정년연장법과 대체휴일제 모두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수반하는 내용이다 보니, 기업의 반발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거세졌습니다. 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재계의 입장을 못들은 척 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여권은 대체휴일제에 대해 일치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 안행위에서도 황영철 새누리당 간사이자 법안소위원장은 대체휴일제가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지만, 나머지 다른 의원들은 입법화가 무리라는 정부의 말도 일리있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인기영합적 정책과 법률만 먼저 통과되면 경제활동이 위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의 말이 생각납니다. "대체휴일제는 그동안 쉬는 날이 맞는데 못 쉰 것을 이제 좀 쉬게 하자는 거다. 그 노동시간 때문에 기업이 이득을 덤으로 봤던 것을 이제는 돌려달라는 건데 대체휴일제를 시행하면 손해를 본다는 논리가 맞느냐?" 다른 여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체휴일제를 시행해도 사실상 번듯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만 혜택을 보게 되고, 대체휴일제가 국정과제로 도입된 게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면 지금도 휴일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게 될 것이다."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뒤섞이고, 그러다 합의점을 찾는 것이 국회 입법과정의 본질이기에 '대체휴일제' 법안에 대한 현명한 합의점도 국회 상임위에서 나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