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능 시험 문제 답을 알려주겠다면서 고3 학생 부모를 상대로 큰 돈을 받아챙긴 남자가 붙잡혔습니다. 용의자가 실제로 모의 수능시험 답을 몇 차례 빼내오자 피해자들은 이 남자를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안현모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대입 준비학원입니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직원이라는 한 남성이 고3 수험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했습니다.
수능 시험 출제에 관여하고 있다며 시험 전에 미리 정답을 알려 주겠다고 장담했습니다.
[학부모 : 과외 선생님도 평가원이라 그랬어요. 내가 평가원 사람이니까 그 시험장에 갈 수 있고. 평가원 문제를 출제한다고…]
수험생들이 미심쩍어하자,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가원이 주관하는 모의 수능 시험 정답을 휴대전화 문자로 전송했습니다.
[학생 : 9월에 일단 수능 보듯이 연습해야 된다고. 그냥 '카톡'으로 했었던 거고 그때는. 쉬는 시간에 나와서 답을 보고 답 외우고….]
놀랍게도 모의 수능 시험 정답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의심을 접고 1천만 원에 가까운 과외비를 냈습니다.
[학부모 : 평가원 다니니까 고액 과외라고….]
이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모의고사를 치른 학생은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18명에 이르지만 정작 수능 시험 땐 답을 미리 구하지 못해 대부분이 대학입시에 실패했습니다.
수능 시험을 앞두고 돌린 정답은 모두 엉터리였습니다.
[학생 : 그냥 답을 알려줬어요. 그걸 외워서 시험을 보면 된대요. 근데 그 답이 이제 답이 아닌 거예요.]
경찰은 교육공무원을 사칭해 거액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조 모 씨를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 씨가 모의 수능시험 답을 빼낸 혐의는 분명한 만큼 경찰은 현직 교사와의 결탁 등 유출 경로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이정택, 영상편집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