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생계형으로 이용되는 1톤 트럭 시장은 현대의 포터와 기아의 봉고가 6 대 4 정도로 독점하고 있습니다. 포터 아니면 봉고, 이 둘밖에 선택권이 없는 겁니다. 현대의 포터에서도 녹이 슬긴 하지만 봉고 3 는 상태가 좀 심했습니다. 돌아다니면서 본 봉고3 는 거의 가 다 적재함이 부식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량 이용자들 대부분이 배달 등 생계형 영업용으로 차를 사용해 녹이 심한 걸 알면서도 하소연할 시간이 없어 참고 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번 마음먹고 소비자원에 문제제기를 시도한 운전자는 "영업용이기 때문에 접수받지 않는다"는 대답을 듣고 “정말 항의할 곳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제조사 측은 이런 부식이 차량 자체의 결함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유난히 폭설이 많았던 지난 겨울의 제설용 염화칼슘, 모래나 화학약품 등 트럭 적재함에 싣는 화물의 종류에 따라 부식이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봉고 3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마땅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이 민원을 해도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고 소비자의 부주의 등 원인도 있을 수 있으니 AS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듣게 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기아 봉고 3와 현대 포터 모두 지난해부터 출시되는 차들은 적재함도 녹이 잘 슬지 않는 강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부식의 원인이 워낙 많아 차량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는 해명과 달리, 구매자들의 빗발치는 민원에 지난해부터 원자재를 슬쩍 바꾼 것이지요. 하지만 지난 해 이전에 팔린 30만대가 넘는 봉고 3의 부식은 여전히 문제로 남습니다. 채 3년도 안 돼 녹이 슬어도 그저 그러려니 하며 계속 '모태녹차'를 타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지요.
포터와 봉고의 적재함은 각각 다른 업체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현대 포터는 울산, 기아 봉고는 광주에서 조립해 가까운 지역의 업체에서 적재함을 만드는 것인데요. 똑같은 원자재로 만들었는데 어느 하나에서 문제가 심하게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고 마땅한 조치를 취하는 게 당연한 상식입니다. 적절한 소비자 보상도 따라야 하겠지요. 세계가 인정하는 자동차 제조사를 꿈꾼다면 이런 정도의 대응은 ‘상식’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