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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에 몰카 설치 후 관찰했더니…

격리된 노약자석, 세대 간 갈등의 '불씨'

<앵커>

우리가 이용하는 지하철은 편리한 교통수단이긴 하지만 이래저래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객차 구석에 있는 노약자석입니다. 젊고 튼튼한 사람들이 양보하면 될 일인데 다툼과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지하철의 문제점과 해법을 찾아보는 연속 기획 오늘(11일) 첫 번째로 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하철을 타면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지하철 안내방송 :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자리를 항상 비워둡시다.]

노약자석 쪽에 카메라를 달고 2시간 동안 지켜봤습니다.

노인들만 않거나 서 있을 뿐 젊은이들은 근처에 오지도 않습니다.

[윤미정/서울 노량진동 : 우리도 앉을 권리가 있는데 무조건 비워놓는 건….]

[이병타/서울 불광동 : 딱 앉으면 어른이 앞에 있어도 눈 감고 이렇게… 요즘 애들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교육을 못 받았잖아.]

노약자석에 젊은이가 앉을 경우 이런 갈등이 격하게 표출되기도 합니다.

[지하철 막말녀 동영상, 2010년 : 나 모르는 인간이 말 거는 것 싫으니까. (인간이 뭐야, 인간!) 나 이제 내리니까 그때 앉아.]

[지하철 막말녀 동영상, 2011년 : (뭘 잘못했냐!) 왜 반말하냐! (네가 욕을 했잖아!) 아줌마, 말은 똑바로 하고 여기 임신부도 앉을 수 있거 든요? ]

노약자석을 둘러싼 갈등과 다툼은 2011년 536건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2, 30대와 노인 간의 갈등이 대부분입니다.

양보하면 그만이지 그냥 서서 가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노약자석은 언제부터인가 세대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습니다.

노약자석을 전동차 한쪽 구석에 몰아 두는 게 이런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노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격리됨으로써 스스로 배타적이 되게 만들고, 젊은이들은 존경과 배려와 같은 선의 대신 의무를 강제 당하면서 반감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천선영/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비노약자로 지칭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불필요한 죄책감 같은 것을 만들어 내면서 소위 노약자들에 대한 잠재적인 반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죠.]

유럽의 지하철에서는 노약자석을 구석에다 몰아두지 않고 좌석 군데군데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노약자와 젊은이가 한데 어울려 앉는 겁니다.

지하철 외딴 섬이 되고 있는 노약자석.

격리와 갈등이 아닌 배려와 통합의 노약자석이 되도록 공간의 변화를 고민할 때입니다.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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