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국적도 가질 수 없는 아이가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불법 체류 중인 경우가 그렇습니다.
세상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무국적 아동을 홍순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브라이언은 매일 아침 친구들보다 1시간 먼저 집을 나서야 합니다.
버스를 타고도 45분이나 걸리는 등굣길.
[브라이언/무국적 아동 : (학교 버스 타고 가는 거 힘들지 않아?) 학교에서 노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경기도 시흥인 집 근처 2km 안쪽에 초등학교가 5곳이나 있지만, 브라이언은 7km 떨어진 안산까지 가야 합니다.
무국적자이란 이유로 집 근처 학교들이 브라이언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는 10년 전 정치적 이유로 아프리카 콩고를 떠나 왔지만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불법체류 상태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브라이언은 콩고 사람도, 한국 사람도 아닙니다.
[무수마리/브라이언 엄마, 콩고 출신 난민 신청자 : (입학시키려면) 통장 서명이 필요했어요. 통장님에게 갔어요. 그런데 통장님이 싫어했어요.]
다행히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먼 학교에서나마 '초등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브라이언 같은 무국적 아동은 파악된 수만 100여 명에 이릅니다.
[박영의/세이브 더 칠드런 : 아동이라고 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보호를 받아야 되고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하지만, 난민 아동들은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그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브라이언이 일기장에 적어 내려간 희망은 평범한 여느 어린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 왜냐하면 소방관이 돼 멋지게 불을 끄면 좋아서….]
(영상편집 : 박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