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9일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 "포용이든 봉쇄든 간에 지난 20년간 우리의 대북정책이 북한이 동북아 지역에 가하는 위협을 줄이는 데 분명히 실패했다"고 밝혔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이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아산핵포럼 2013'을 앞두고 미리 배포한 기조연설문에서 "북한은 궁극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결합한 강력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은 최대 8개의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20∼40㎏의 플루토늄을 축적한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현대화된 가스 원심분리기 농축프로그램으로 분열성 핵물질도 매일 축적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의 증강은 동북아 다른 국가들이 핵 비보유국 지위에 대해 재검토를 고려하게 할 것이고 이는 핵 비확산 체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언제든 자국의 핵무기에 사용되는 핵물질이나 기술을 테러단체나 테러지원국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서 "(실제) 북한은 시리아에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건설했고 이 시설은 완공되기 6년 전에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핵확산·핵테러는 미국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 강력한 위협"이라면서 "이런 위협에 대해 특정한 억지력이나 방어 기제가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향후 대응방안과 관련, "최고의 해결책은 북한의 입장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과 외교적인 대화를 통해 지역 내 안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정치적인 합의점을 찾아보는 것"이라면서 "외교역량을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정치, 경제, 안보 이슈를 (같이) 다루는 방향으로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한미동맹 ▲중국 정부와의 협의 ▲국내의 정치적 지지 등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도발은 협상과 양립할 수 없으며 제재가 반드시 협상의 한 부분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0일까지 이틀간 북핵 문제에 대한 평가와 대책, 동북아 핵 도미노 가능성에 대한 진단, 원자력 안전성 문제 등을 다루는 '아산핵포럼 2013'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는 갈루치 전 차관보 외에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루이스 에차베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기구(NEA) 사무총장, 양 이 전 중국 국방대 전략문제연구소장 등 30여 개국 핵 정책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