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창원시가 부지 발표를 하기 직전 그곳에 취재를 가서 시 관계자와 시의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야구장이 아니라 새로 지을 시청사였습니다. 시청사를 창원, 마산, 진해 가운데 어디에 지을 것인가가 우선이고 야구장은 그 다음 문제였습니다. 세 곳이 첨예하게 맞서 시청사 부지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원래 지난해 발표하기로 했던 야구장 부지가 차일피일 미뤄져왔던 것입니다. 시청사 부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창원, 마산, 진해 출신 시의원 3명씩으로 '9인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여기에서도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야구장 부지 선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야구팬들의 따가운 여론에 창원시가 발표를 했지만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창원시는 지난 2011년 3월 NC구단의 신규 회원가입신청서를 KBO에 제출할 때 신축야구장 부지 선정시 전문가와 시민의 다양한 여론 수렴을 통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기에는 시장성과 접근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고요. 이후 창원시는 전문가에게 야구장 부지 후보지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는데 진해 육군대학부지는 34곳 가운데 11위에 그쳤습니다. 창원 종합운동장 옆 보조경기장이 1위, 마산 종합운동장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진해는 시장성과 접근성이 떨어지고 토지 매입 절차가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역 주민 여론조사에서도 야구장은 창원 또는 마산에 건립돼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용역 평가를 진행했던 한 교수를 인터뷰했는데 진해는 야구장 부지로는 낙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창원과 마산에서 만나본 시민들도 진해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컸습니다. 그런데도 창원시의 선택은 진해였습니다. 창원시가 이런 결론을 낼 바에는 왜 비싼 돈을 들여 전문가들에게 용역 평가를 의뢰했는지 의문입니다.
인구가 18만명으로 창원, 마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진해에 시 청사를 지을 수 없으니까 이에 대한 보상으로 야구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제가 만난 진해 출신 시의원도 사실 진해가 원하는 것은 야구장이 아니라 시청사라고 노골적으로 말했습니다. 결국 야구장은 하나의 협상 카드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박완수 창원시장이 진해를 야구장 부지로 발표하면서 말한 지역 균형 발전과 스포츠시설의 균형 배치는 지역 정치 논리입니다. 물론 창원시 입장에서는 균형 배치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야구장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야구장은 많은 팬들이 쉽게 찾아가서 관람할 수 있는 곳에 지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야 흥행도 되고 구단 운영도 됩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야구장을 지어놓았는데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재앙입니다. 프로야구 산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 뻔하고요. 진해가 창원이나 마산에 비해 그런 면에서 우려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진해 야구장 부지가 국방부 소유인데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창원시가 KBO에 약속한 2016년 3월 완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창원시가 2011년 12월 작성한 내부 문건에도 2016년 9월에야 공사를 시작해 2018년 8월 완공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창원시는 2016년 3월 완공에 문제가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가 잘 협의해서 행정절차를 빨리 진행해 어떻게든 2016년까지 완공하겠다는 추상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원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NC 구단은 KBO에 납부한 예치금 100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날리게 됩니다. 창원과의 관계에서 철저히 '을'인 NC 구단은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고 있습니다. 향후 창원시의 약속 이행 방안을 봐가면서 대응하겠다고 하는데 '연고지 이전'이라는 강경책을 빼들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구단과 팬, 야구계의 의견을 무시한 창원시의 결정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NC의 2016년 시즌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