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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선 개표 부정 주장의 근거는?

[취재파일] 대선 개표 부정 주장의 근거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벌써 1주일이 지났다. 방금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원장 인선을 발표했다. 이제 정부 부처 조직 개편 논의 등 박 당선인의 정책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대선에 패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와의 연대 얘기도 꾸준히 거론된다.

세상이 이렇게 대선 이후 국면으로 접어든 지 오래인데 아직도 대선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개표 참관인도, 문재인 후보도 제기하지 않는 부정 개표 주장을 하면서 빼앗긴 표를 찾아오라고, 수작업 재검표를 하자고 청원을 하는 사람들이다. 항상 선거가 끝나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한두 명이 그냥 자기 SNS에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재검표 청원에 서명한 사람이 18만 명을 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민주당에서도 일부 인사들이 재검표 주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트위터에서 18만 명의 뜻을 거부하면 48%에 달하는 지지자가 외면할 것이라고 한다. 48%는 1천469만 명이고 서명을 한 18만 명은 1.225%에 해당한다. 과연 18만 명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성적으로 이 주장을 따져보고 청원에 서명한 것인지 모르지만 1천4백만 명이 넘는 사람의 뜻을 그렇게 쉽게 재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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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18만 명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제기하는 의문이 설득력이 있으면 사정이 다르다. 그러니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지 따져보자. 여러가지 주장이 있겠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내리 6시간 동안 문재인 후보의 박근혜 당선인 대비 득표 비율이 소수점 이하 둘째 자리까지 같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0.93%'. 인터넷에 0.93%를 검색해보면 관련 주장과 표까지 나온다. 먼저 트위터에 올라온 주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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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표와 구체적인 수치가 등장하면 설득력도 높아진다. 바로 이런 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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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보면 실제로 19일 밤 10시 반부터 다음날 새벽 5시 반까지 문재인 후보가 얻은 표는 박근혜 당선인이 얻은 표를 1로 봤을 때 0.93에 불과하다. 0.93%는 아니지만 어쨌든 0.93인 것은 맞다.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전국 득표 비율이 0.93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의혹의 핵심이다. 하필이며 인용해 놓은 것이 내가 지금 근무하는 보도국 뉴미디어부에서 만들었던 선거 페이지를 참조한 것이다보니 관심을 갖고 확인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SBS 뉴스 홈페이지에는 이런 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추정컨대 아래 내용을 참조해서 엑셀로 만든 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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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직접 주소를 치고 들어가야 하는 SBS 뉴스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것은 이런 시간대별 득표 상황이다. 개표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부터는 격차가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 어쨌든 시간대별로 점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득표수가 표시되고 이걸 표로 만들면 위에서 본 내용이 되는 것이다. 자,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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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앞의 표에서 보여주지 않고 있는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박근혜 당선인 대비 문재인 후보 득표의 비율을 소숫점 7자리까지 나타냈다. 미세하지만 계속 바뀐다. 0.93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사실 이걸로 적어도 0.93이라는 숫자를 가지고 문제제기 하는 것은 끝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문제제기를 하는 표에서 0.93이라는 숫자가 처음 등장한 밤 10시 반부터 앞의 숫자는 0.92에서 0.93을 왔다갔다 한다. 반올림 때문에 이런 일이 나타났을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는 너무도 단순하다. 개표가 거의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최종 개표 결과를 바탕으로 시간대별 개표율을 역산해 보았다. 밤 10시 반의 개표율은 69%. 두 시간 뒤인 새벽 0시 30분에는 91.7%를 넘었다. 개표는 그 뒤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새벽 5시반에 이르러 99.99994%가 됐다. 한 번도 문 후보가 뒤집지 못한 채로 개표가 진행됐고, 그 때문에 문 후보의 패배 선언도 비교적 빨리 나왔다.

물론 재검표를 요구하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0.93이라는 숫자를 바탕으로 한 재검표 요구는 이 단순한 계산을 통해서도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허술한 주장으로도 의혹은 무한 RT 될 수 있고, 그래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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