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런데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8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건 더 황당합니다. 영화로 만들면 실제 상황이었다고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김태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08년 4월 27일 오후 4시쯤, 판문점에서 멀지 않은 비무장 지대 전투전초, 즉 GP 근처에 북한군 장교 한 명이 나타났습니다.
백기를 흔들며 귀순 의사를 표시했지만, 우리 군은 보고만 있었습니다.
[해당 부대 당시 복무 장교 : (북한군 장교가) 오는 건 봤어요. 걔네(GP 장병)들은 저게 북한에서 내려오는 장교라는 그 전제 자체가 없었어요.]
초조해진 북한군 장교는 백기를 든 채 권총을 쏘며 자신의 위치와 귀순의사를 알렸습니다.
[(GP 장병들이) 응사는커녕 어떻게 할 줄을 몰랐죠. 들키면 총 맞을까봐 참호에 숨어 있고.]
결국 이 북한군 장교는 스스로 GP까지 걸어와 문을 두드린 뒤 경비병들에게 귀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GP 장병들은 상부 보고도 조작했습니다.
[이랬다간 GP 다 깨지겠다 싶어 가지고, 거기서 쇼를 했어요. 상급부대에다가, 거기서 여기(GP)를 보지는 않을 거 아녜요.]
귀순한 북한군을 GP 안에 앉혀놓고 대대 상황실과 무선을 연결한 뒤 마치 귀순 유도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연극을 했습니다.
군 당국은 완벽한 작전이라며 해당 부대원들을 표창했다가 북한군 장교의 진술로 사실이 드러나자 표창을 취소하고 관련자들을 중징계했습니다.
군 당국은 당시 북한군 장교의 귀순 사실만 발표하고 군의 잘못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