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10년 11월이죠. 광화문 복원 공사가 끝난 지 석 달도 안 돼 현판이 갈라졌습니다. 광복절까지 번듯한 새 광화문을 완성하기 위해 날림공사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었는데 그러다 말았는데 2년 만에 다시 부실공사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윤나라 기자가 긴급 점검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비가 내린 다음날 광화문입니다.
외벽에 물이 흥건합니다.
종이에 글자를 써 붙여보니 금방 번져나갑니다.
광화문 외벽 곳곳엔 이렇게 내부에 채워 놓은 황토가 샌 흔적이 역력합니다.
방수가 제대로 안 돼 앞과 뒷면 모두 네 곳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겨울엔 2층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해 물이 1층 벽까지 스며들어 얼어붙은 일도 있었습니다.
[조병완/한양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겨울철에는 동결융해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누수 현상은 반드시 사전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준비가 미흡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복원 직후 갈라졌던 현판처럼 목재 터짐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광화문 복원공사 감리업체 관계자 : (목재가) 수분을 머금고 있다가 장기적으로 가다 보면 그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팽창이 (일어나죠.) ]
문화재청은 다른 문화재에서도 나타나는 흔한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단 반응입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전통 건축기법에는 방수 기법이 없습니다. (물이 새는) 현상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흥인지문 외벽에선 전혀 물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나무 쪼개짐 현상도 없었습니다.
외벽을 비스듬하게 시공한 전통적 방수 설계 덕분입니다.
에스비에스가 입수한 감리 보고서를 분석한 전문가는 무리한 공기단축을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황평우/문화정책 연구소장 : 기본적으로 11월, 12월에 완공돼야 할 부분이 8월까지 당겨서 했단 말이에요.
문화재에서 공기 단축하기 위해서 빨리빨리 한다는 것은 훼손이에요.]
2010년 12월 완공예정이었는데 광복절에 맞춰 다섯달이나 당겨졌습니다.
공사 진행률을 10일 단위로 끊어보니, 광복절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5월부터 8월까지의 공사진행률은 6.35%로 다른 기간 평균인 2.08%의 세배가 넘습니다.
이후 주요 작업에서 부실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지붕에 방수층을 형성하고 기와 설치의 기반이 되는 강회 다짐은 최소 1주, 습한 날씨에는 2주 이상의 양생기간이 필요하지만, 3층 문루 강회 다짐은 10일 만에, 2층 문루 강회 다짐은 습도가 20% 가까이 더 높았음에도단 5일 만에 끝났습니다.
문화재청은 물이 새는 곳에 비닐을 씌우고 석재를 새로 까는 등 보수조치에 나섰지만 날림공사, 부실공사 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이용한, 임우식, 홍종수, 영상편집 : 김경연,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