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도입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조기환급도 삐걱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일단 적정 수준보다 많은 근로소득세를 급여에서 매달 원천징수 한 뒤 연말정산을 통해 초과로 걷은 부분을 환급해 줬습니다. 더 걷었다가 나중에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주는 방식인 셈입니다. 이번 조치는 이 제도를 바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액수를 현실화 해서 적게 징수한 뒤 연말정산에서도 적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절대 규모로 봤을 때 근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 액수 자체는 따지고 보면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올해 적게 근로소득세를 징수하면 올해 남은 기간에는 그만큼 소비 성향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입니다. 발표 당시 조삼모사 정책이라고 지적을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올해 이미 1월부터 8월까지 징수한 부분에 관해서도 인하 분을 한꺼번에 9월 급여에서 돌려주겠다고 해 추석 상여금과 맞물려 9월말에 목돈을 기대했던 직장인들도 꽤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심리를 노린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목돈이 생기면 지출이 늘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월급날이 돼 9월 급여를 받아보니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실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내부 행정처리 과정을 이유로 실행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위한 전산프로그램을 각자 갖추고 있는데 변경된 내용을 적용하려면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복잡한 프로그램을 쓰는 일부 기업의 경우 수정 비용이 많이 들고 업무도 많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직원 숫자가 많은 대기업들의 경우 정부 요청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이 9월 급여에서 소급한 조기 환급 분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10월은 돼야 한다는 기업들도 많고, 아예 전산변경 비용과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기존 방식대로 처리하겠다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정부의 근로소득세 조기환급 정책이 강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택을 할 수 있는데 기존 방식을 유지해 더 걷어서 연말정산 때 돌려주겠다는 기업들은 그렇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전산프로그램을 수정해도 실제 직원들이 느끼는 효용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점도 고려가 됐습니다.
특히 독신이나 부양가족이 적은 젊은 근로자가 많은 기업의 경우 연말정산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이 많지 않아서 조기환급을 해도 돌려받는 금액은 크지 않은 반면 조기환급을 실시할 경우 연말정산에서 자기가 돈을 내야 하는 대상자는 늘어나게 됩니다. 연말정산이 ‘13월의 보너스’ 가 아니라 오히려 ‘13월의 고지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업무를 하기 위해선 근로자들의 기존 납세액을 모두 소급해서 따져봐야 해 직원이 많을수록 담당부서의 고충과 비용은 커지게 됩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별로 없는 겁니다.
정부가 중앙정부와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는 9월 28일까지 바뀐 방식의 조기환급이 적용되도록 추진하고 있고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이 정책은 조삼모사 효과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목돈이 추석 전 들어오도록 하겠다는 시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뭔가 대책은 내놓아야겠는데 재정부담은 거의 없으면서도 눈에 띌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보니 나온 대책의 한계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조기환급과 함께 추진했던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 평균 10% 인하는 그리 비용이 그리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액수가 너무 적어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