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런 기습 호우에 도심 하천물이 삽시간에 불어나면서 시민들이 고립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시민들 쉬라고 만든 하천 둔치가 위험천만한 곳으로 돌변하는 것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김종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파도처럼 굽이치는 급류 한 가운데, 한 남성이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습니다.
몸에 줄을 묶은 구조대원이 다가가지만, 훈련받은 대원마저 급류에 휩쓸려 버리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오늘(21일) 새벽 퍼붓는 호우에 도심 한복판 도림천이 갑자기 불면서 다리 밑에서 잠을 자던 남성이 고립된 겁니다.
한강 지천인 도림천은 지난 광복절에도 호우에 물이 불어 시민 3명이 고립됐습니다.
연달아 고립 사고가 났던 도림천 현장입니다.
순식간에 빗물이 불어나게 되면 당황한 사람들이 하천을 건너서 대피하게 되는데, 물에 직접 들어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소방대원분들의 도움을 받아 들어가 보겠습니다.
물에 들어가 몇 걸음 옮기자 중심을 잃고 휘청댑니다.
중간 지점에선 갑자기 하천 지형이 깊어지면서 순식간에 가슴 깊이까지 푹 빠지더니, 이내 급류에 중심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구명조끼와 구명줄이 없었다면 위험천만한 상황.
지금은 물이 많이 빠졌는데도 유속이 세서 몸을 가누기가 힘들 뿐더러, 이끼 낀 바위며 진흙으로 울퉁불퉁한 바닥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걸음 내딛는 것조차 상당히 힙겹습니다.
탄천, 안양천 등 한강 지천들의 상황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오늘 새벽 촬영된 안양천의 영상입니다.
시간당 최고 30mm의 호우에 강물이 초 단위로 불어나며 마치 컵에 물을 따르듯 차오릅니다.
사람들이 미처 대피할 시간조차 없는 겁니다.
[진용기/서울 구로소방서 구조대원 : 순식간에 수량이 불어나기 때문에 이 지점까지 물이 차는데, (이곳까지 사람이 대피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유속이 빠르기 때문에 구조 작업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대부분이 도심 하천인 이런 한강 지천들은 둔치에 주민 휴식시설도 많이 마련돼 있어 인명 사고 위험이 더욱 높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른바 "흩어지면 산다"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처럼 빗물이 하수구를 타고 모두 도심 하천으로 모이는 구조 속에선 아무리 하천에 홍수 대비 설계를 해도 물난리를 피할 수 없단 겁니다.
하천변 중간 중간에 빗물 저장소를 만들어 강물로 들어가는 이른바 빗물 과부하를 줄여줄 것을 제안합니다.
[한무영/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100년 만의 호우를 대비한 하천이라고 해도 200년 주기 호우가 내리게 되면 넘치죠. 그래서 중간에 빗물 저수지를 만들면 십시일반으로 하천의 범람을 막을 수 있습니다.]
비만 왔다 하면 불어나는 도심 하천, 단순히 하천변 정비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이용한 영상편집 : 채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