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고 한국에 제안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미 다음 수순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7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ICJ 제소를 제안하든, 아니면 일본이 일방적으로 제소하든 한국이 어떤 경우에도 응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 ICJ 제소를 제안한 것은 국제적으로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공론화한다는 일본의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방적으로 제소하지 않고, 한국에 ICJ 제소를 제안하는 쪽을 택한 이유는 그 편이 절차가 간단하고, 일본의 의사를 재빨리 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통과절차'라고 보고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쪽을 골랐다는 뜻이다.
일본측은 한국에 ICJ 제소를 제안한 뒤 곧바로 한국에 보낸 구상서를 공개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수단도 검토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안에서는 올 10월 유엔총회에서 한국의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동의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이 독도 문제를 ICJ에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려서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올해 안보리 진출을 주요 외교 성과로 기대하는 만큼 일본이 태도를 바꿀 경우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의 불응으로 ICJ행이 무산된 다음에 일본이 들고 나올 수단이다.
이와 관련해서 교도통신은 17일 "(일본 정부는) 한국이 (ICJ 제소에) 응하지 않으면 1965년에 체결한 분쟁 해결에 관한 교환 공문에 근거해 양자 협의에 응하라고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5년 협정에 근거한 양자 협의 요구는 그다음 단계로 국제 중재위 신청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1965년에 체결한 분쟁 해결 각서에서 '양국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안될 경우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조정에 의하여 해결을 도모한다'고 규정했고, 청구권협정 3조에선 이 조정을 '국제 중재위원회 회부'라고 정해놓았다.
한국은 지난해 9월15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측에 양자협의를 요구했고, 현재 국제 중재위 구성을 제안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이미 '1965년 협정에 근거한 양자 협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독도 문제로 중재위 구성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을 공산이 커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시작된 논란이 한일 국교정상화의 기초가 된 청구권협정의 근간을 흔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