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시계획으로 따지면 서울에서 가장 잘됐다는 강남 지역이 3년 연속 비만 좀 왔다 싶으면 물에 잠겨버립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도 이미 나왔어야 했는데, 서울시는 아직도 대책 마련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현석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빗물이 무릎까지 차올랐고 물살을 헤치고 지나던 자동차들은 결국 멈춰 섰습니다.
시간당 87mm의 비가 내린 지난해보단 덜했지만, 시간당 60mm의 폭우에 어제(15일) 강남역 사거리는 또 침수했습니다.
오늘 오후 물이 빠진 하수관로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강남역 지하에는 이런 대형 하수관로가 4개나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당 6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순식간에 빗물이 차올라 빗물은 역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강남 땅속에 높이 3m, 폭 4m가 넘는 대형 하수관 4개가 설치된 시점은 지난 1970, 80년대.
시간당 67mm까지 폭우를 견딜 수 있는 용량으로 지어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아열대성 폭우, 그러니까 시간당 100mm를 넘나드는 폭우는 예측하지 못했던 시절에 지어진 시설입니다.
특히 강남대로는 인근 논현동과 역삼동뿐 아니라 서초역 부근의 고지대에 둘러싸여 있어 경사를 따라 흘러 내려오는 빗물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5번, 2010년 이후에는 3년 내리 침수됐습니다.
[김형수/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 : 국지성 게릴라 호우가 많이 발생함으로써 기존의 하수도의 용량이 부족해서 도시홍수가 발생하게 되는 거죠.]
서울시의 대책은 오락가락입니다.
지난해 침수 직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지하 깊은 곳을 통해 빗물을 한강으로 바로 배출하는 대심도 배수 터널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대심도 터널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권기욱/서울시 물관리정책관 : 시민 단체에서 대심도 터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공사비가 많이 들고, 유지관리비도 많이 든다는 그런 단점들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대신 기존 것과 비슷한 대형 하수관로를 더 만들어 강남역으로 유입되는 빗물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관할 서초구청은 서울시의 대책이 오락가락하며 허송세월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진익철/서울 서초구청장 :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흐지부지하면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정책이 일관성이라든, 정책에 대한 서울 시민들 신뢰성에 관한 문제가 생길 수 있잖습니까.]
대심도 터널이든, 대형 하수관이든, 새로운 배수시설이 완공되려면 빨라야 2년, 길게는 10년 넘게 걸리기 때문에 강남의 물난리는 당분간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위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