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주지훈이 꽉 차 보여서 뭔가 틈을 내주지 않을 것 같은 차가운 면모가 있었다면, 배우 주지훈은 꽉 차 있던 마음을 비워내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채울 의지가 충만해 보였다.
군 제대 후 스크린 컴백작으로 선택한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에서 주지훈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 없었던 극과 극의 변신에 도전했다. 세종대왕이 왕이 되기 전 세자 충녕과 그를 쏙 빼닮은 외모의 노비 '덕칠' 1인 2역을 연기했다.
주지훈은 인터뷰에서 쉽게 변화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거듭 말했지만, 그는 분명 변화하고 있었다. 아니 예전보다 더 성숙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 군대에서의 2년, 값진 것들을 얻었다
주지훈은 불미스러운 일로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바로 군에 입대했다. 여타 배우들이 연예사병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그는 특전사 상근 예비역으로 2년간 복무했다. 군 생활에 충실하면서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연기의 영역을 한층 넓히기도 했다. 그에겐 분명 돈으로 살 수 없는 힐링(Healing)의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군대에서는 규칙적으로 생활하다보니 육체적인 리프레쉬 만큼은 확실히 됐던 것 같다. 예전에도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장에 대한 향수? 군대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틈이 없다. 훈련을 받으면서도 틈틈이 군 뮤지컬에 출연해야 했고, 특전사 음악회 무대에 오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군대에서 한 다양한 경험들을 그는 제대 후에도 대폭 살리고 있다. 군대에서 처음 뮤지컬에 입문했던 주지훈은 제대 후 컴백작으로 '돈 주앙'을 선택해 정식 무대에 데뷔했다. 또 오래전부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음악 활동도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던 절친들과 제대를 비슷한 시기에 했다. 우리 모두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최근 록 그룹을 결성했다. '제스트'라는 그룹인데 '광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홍대에 연습실도 마련했고, 틈틈이 작곡 및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5~6곡 정도 만들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앨범도 발매하고 싶다"

◆ 3년만의 촬영장, 떨리고 떨렸다
주지훈의 스크린 컴백작은 장규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나는 왕으로소이다'이다. 데뷔 후 한번도 코미디 연기에 도전해본 적 없었기에 그의 선택은 다소 놀라웠다.
"예전부터 감독님도 팬이었고, 변희봉 선생님, 김수로, 임원희 선배 등 실력과 연륜을 갖춘 분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기에 욕심이 생겼다. 코미디도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영화는 배우가 웃겨서 웃긴 게 아니라 상황이 웃겨서 웃게 되는 코미디다. 때문에 억지웃음을 유발하지 않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3년 만에 카메라 앞에선 그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떨림을 느꼈다고 말했다. 주지훈은 "본 촬영 때는 긴장이 안됐는데, 테스트 촬영할 때 심장이 두근두근 하는 느낌까지 들더라"고 회상했다.
주지훈은 선배 연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연기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까지 큰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나이 많은 선배들 하면 권위적이고, 무서울 것이라 생각하는 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변희봉 선생님과 김수로, 임원희 선배를 보면서 '오랜 시간 각광받는 이유가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됐다. 또 촬영이 끝나는 후에는 친구처럼 편안하게 후배들을 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연출을 맡은 장규성은 '선생 김봉두'와 '여선생 대 여제자' 등의 성공을 통해 충무로 흥행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감독. 흥행에 대한 욕심과 기대감이 입을 법 하지만 그는 "흥행은 무척이나 원하지만, 정말 예측불가인 것 같다. 연연하지 않고 연기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 삶의 목표, 달라지지 않았다
주지훈은 영화 개봉과 함께 브라운관에도 컴백한다. 오는 8월 중순 방영될 SBS 주말 드라마 '다섯 손가락'에서 주지훈은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비운의 청년으로 분한다. 제대 후 그에게 원톱 주인공 제의를 한 드라마만 수 편. 그러나 그는 장고 끝에 안방극장 컴백작으로 채시라, 조민기 등이 함께 하는 주말극을 선택했다.
"나이가 한살 한살 먹으면서 작품을 보는 눈이 달라졌달까. 27살 때보다 30살의 주지훈은 보다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보면서 공감의 폭도 넓어졌다. 감사하게도 많은 제안들이 있었지만, 작가님과 감독님이 "네가 꼭 필요하다"는 어필을 많이 해주셨다. 또 대본을 읽으면서 영상으로 표현됐을 때 근사한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선택했다"
여러모로 주지훈의 행보는 폭넓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따지고 보면 데뷔 후 1년에 평균 한 작품씩 밖에 하지 않았다"면서 "작품이 없을 때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보니 팬 입장에서는 스킨십에 적극적이지 않는 배우처럼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지훈은 팬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낯설어서 피했다기 보다는 수줍어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라며 "드라마 '궁'으로 갑자기 삶이 바뀌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삶이 바뀌어도 내가 바뀌는 것은 아니더라. 그럼에도 오랜 시간 열광적인 사랑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촬영장에서의 마음가짐, 선후배 연기자들과의 대인관계, 작품을 고르는 눈, 팬들을 대하는 마음가짐 등 앞서 말한 것을 살펴보면 본인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주지훈은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이제 연예계에 데뷔한 지 6년. 데뷔 무렵 세웠던 목표도 수정 혹은 상향 설정되었을까.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나는 '표현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 일을 시작했고, 지금도 그 과정을 즐기고 있다. 다만 예전보다 더 시나리오나 극본에 집중하고 더 진지하게 접근하려 하고. 그런 준비과정을 통해서 명확하게 내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는 배우가 되는 것. 그것이 예나 지금이나 변화지 않은 배우 주지훈의 목표다"
인터뷰가 마무리 될 무렵 "여자 친구는 없냐"고 넌지시 물었다. 예상했던 답이 돌아왔다. 이번엔 이상형은 물으니 '고양이 같은 여자'란다.
그는 "고양이가 자기 관리를 잘하잖아요. 또 누구보다 스스로를 아끼고. 자기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퍼붓기만 한 사랑은 부담스러워요.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바라게 되고. 저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가만있어도 온몸 바쳐 사랑할 자신 있는데…….어디 고양이 같은 여자 없나요?"라며 시원스레 웃어보였다.
<사진 = 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