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지 달걀 값은 폭락했는데 대기업이 파는 1등급 브랜드 달걀은 아무리 비싸게 받아도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이런 현실을 최근 보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1등급 달걀이란 걸 놓고 품질 조사를 해봤더니 또 소비자들이 속은 거였습니다.
송인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트를 찾는 주부들은 일단 1등급 달걀에 손이 갑니다.
[김윤경/주부 : 등급이 좋지 않아요? 아무래도 등급이 1등급이잖아요. 뭐든지 1등이 좋잖아요.]
[채연화/주부 : 1등급을 사보면 노른자가 탱글탱글하다든가 그런 게 좀 다른 것 같아요.]
대형마트와 중소형 마트 4곳에서 판매 중인 1등급 달걀을 살펴봤습니다.
닭의 배설물같은 이물질이 묻어 있는 달걀이 잇따라 발견됩니다.
품질 평가기준에 따르면 1등급 달걀은 외형상 청결하고 상처가 없어야 합니다.
[강종성/계란유통협회장 : 닭의 수란관이 망가진 일명 기형란입니다. 기형란이 (어떻게) 1등급을 받았는지 기준을 모르겠습니다.]
이번엔 시판 중인 달걀 8종류를 수거해 신선도 검사를 의뢰해봤습니다.
무게를 재고 흰자 높이와 상태를 측정하는, 축산물 품질평가원과 똑같은 검사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검사 결과, 지난 7일 생산되고 등급판정을 받지 않은 일반 달걀의 신선도가 92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지난 2일과 4일 생산된 1등급 달걀은 신선도가 각각 66과 69로 1등급 기준 72에 못 미쳤습니다.
이 두 종류는 중소형 마트에서 냉장이 아닌 상온상태에서 판매되던 것들입니다.
[김대영/축산물품질평가원 달걀 평가사 : 유통과정 중에 실온에서 유통이 되거나 필요한 냉장조건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는 아무리 품질이 좋았던 1등급 계란이라 하더라도 그 신선도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달걀 고를 때 등급 못지 않게, 언제 생산됐는지, 어떤 상태에서 보관했는지 잘 살펴봐야 하다는 얘기입니다.
달걀 등급은 표본검사를 통해 판정하기 때문에 실제 검사대상은 전체의 5% 안팎에 불과합니다 .
게다가 등급을 받으려면 달걀 하나당 1원씩 들기 때문에 실제로 등급 판정을 받는 달걀은 100개 중 5개 꼴인 실정입니다.
올해로 달걀 등급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째를 맞습니다.
1등급 달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달걀 등급제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최준식, 영상편집 : 김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