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문화현장, 이번 주에 볼만한 전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권란 기자입니다.
<기자>
크고 작은 하얀 새 도자기 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사실은 죽은 새에 백자액을 입힌 뒤 가마에 구워낸 작품입니다.
새를 거즈로 덮고 그 위에 백자액을 붓는 서민정 작가의 작업 과정은 염을 하고 수의를 입히는 엄숙하고 경건한 장례 과정을 연상케 합니다.
죽음을 통해 생성과 소멸을 생각하게 하는 겁니다.
[서민정 작가 : 시체라든지. 어떤 한 죽음이라는 시간·시점이 아니라 그 이후에 다시 새로 태어난 도자새로 태어난 듯한 그런 이미지가 강할 것에요. 그래서 죽음에 대한 편견보다는 다 하얗게 변해버린 도자새가 아름다움이랄까, 그런 하얀 색에 대한 정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죠.]
관람객들이 전시장 바닥에 앉아 색색의 테이프를 붙이고 있습니다.
작가가 이미 테이프로 만들어 놓은 작품 옆 빈 공간은 관람객들의 창조 공간입니다.
이쪽 전시장엔 침대가 깔려 있습니다.
편안하게 앉아 쉬려고 했는데, 불규칙하게 들려오는 소음에 금새 짜증이 몰려 옵니다.
층간 소음의 불쾌함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작가의 작업실이 아닌 미술관 안에서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관람객의 참여가 있어야만 비로소 완성됩니다.
미술이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관람객의 상호작용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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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 네덜란드의 건축그룹 MVRDV는 새로운 제안을 내놨습니다.
성냥갑 같은 건물 개발로 '공격'을 당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이전의 건물을 해체하지 않고 각자가 살고 싶은 집을 만들어 수직으로 쌓으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과연 나는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가, 주거가 화두인 사회에서 주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