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날이 풀리고 땅이 녹으면서 갑자기 바닥이 꺼지는 지반 침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주택가에선 땅이 무너져 내리면서 집이 따라서 주저앉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이호건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가입니다.
주택가 가운데의 공원 한쪽 벽면이 완전히 붕괴 됐습니다.
무너진 벽돌과 기왓장이 흙더미와 뒤엉커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경사면 지반이 밑으로 꺼지면서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집 절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집이 무너져 내린 것은 지난 6일.
붕괴 당시 집이 비어있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주민 : 저희 집 지붕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이 밑에 집까지도 다 자기 집 무너지는 줄 알고 뛰어나올 정도로 소리가 아주 컸거든요.]
무너져 내린 경사면에 아슬 아슬하게 걸친 채 집 일부는 아직도 허공에 떠 있는 상태입니다.
바로 옆집도 벽에 금이 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주민 : 불안하죠. 어떻게 이러고 사나 싶죠. 땅이 지금 많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공원 땅이 많이 무너져서 축대도 약해진 것 같다고.]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에서도 인도가 갑자기 내려앉았고 지난달 18일에는 인천에서 지하철 공사도중 6차선 도로가 꺼져 1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땅속에서 겨우내 얼었던 물기가 녹아내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지반 침하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겁니다.
겨울에는 땅속 경사면으로 쏠린 물이 얼어붙으면서 9% 정도 부피가 팽창하게 됩니다.
문제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 물이 녹아 흐르면서 땅속에 빈 공간이 생긴다는 겁니다.
지상에서도 땅속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지면에 물이 얼어붙을 경우 도로가 울퉁불퉁해지면서 도로 파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얼어붙었다 녹은 땅은 녹기 전에 비해 강도가 평균 11% 감소하면서 주저앉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은철/인천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겨울철에 얼었을 땐 괜찮은데 이제 봄철되면서 이제 해빙기가 되면서 이게 이제 얼었던 흙이 녹으면서 침하가 발생되죠.]
해빙기 침하 위험 지역은 전국적으로 1만 9천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소방방재청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선 땅속에 배수로를 설치하고, 경사면에는 심을 박아 보강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또 아스팔트 아래에 자갈을 충분히 깔면 겨울철 결빙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땅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균열 사이로 물이 새어나올 경우 땅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많은 만큼 행정당국에 즉각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양두원, 영상편집 : 이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