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대선 Pick
펼쳐보기

[취재파일] 새누리당 '시스템 공천'의 운명은?

새누리당 지역구 공천이 마무리됐습니다. 현역의원의 물갈이 비율이 41%, 특히 서울지역은 50%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공천위원회가 과거 전례가 없었던 '하위 25% 컷 오프 룰' 적용과 서울 강남벨트 현역의원 전원교체, 비례대표 의원 강세지역 출마 배제 등 앞서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개혁 공천을 목표로 논의를 거쳐 확정한 '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평소 공언했던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 그대로 실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사실 한나라당의 18대 총선 공천에 이어 이번 새누리당 공천 과정을 취재한 저도 과연 이러한 원칙들이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지 공천 초기에 상당한 의구심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공천은 명분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당선 가능성을 포함한 현실정치의 다양한 변수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천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낙천자들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시스템 공천'으로 인한 공천 후유증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18대 총선 당시 '박근혜'라는 구심점을 통해 공천에 탈락한 친박 인사들의 무소속 연대가 그야말로 '바람'을 일으켰던 반면에, 이번 공천 과정에서는 김무성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을 기점으로 당내 인사들의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 움직임도 급격하게 가라앉았습니다. 당의 개혁과 쇄신을 외치며 탈당하면서 박근혜 위원장과도 각을 세웠던 무소속 정태근, 김성식 의원의 지역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발표하면서 '포용의 정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정권심판론과 야권연대를 앞세운 야당에게 '원 사이드(?)'하게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새누리당의 초반 총선 행보는 낙제점을 면한 듯 합니다. 극심한 공천 후유증을 겪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선전'을 넘어 '제1당'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당내 일각의 핑크빛 전망도 무리한 욕심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이번 공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김무성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과 이재오 의원의 '탈당 만류'에 이은 친이계 인사들의 당 잔류 선언 과정에서 불거졌던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 논란 등 공천을 둘러싼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천에 탈락한 인사들의 주장이 대부분이지만, 박심(朴心)이 공천을 결국 좌지우지했고 일부 공천위원들과 친박 핵심 의원들이 '사심(私心) 공천'을 했다는 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정몽준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공천은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당화 차원의 잘못된 공천을 시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질 경우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박근혜 위원장을 정면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정 전 대표의 발언은 정 전 대표를 포함해 정운찬 전 총리,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이른바 여권의 비박 진영 대선주자들이 최근 연쇄회동을 갖고 연대 가능성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의미심장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번 공천에 대한 평가는 결국 총선 성적표로 드러날 것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당시만해도 '절대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던 새누리당이 '박빙'이나 '제1당 수성'으로 선전할 경우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쉽은 더욱 공고해지고 '시스템 공천'은 정당사에 성공한 공천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공천 과정에서 가시화되지 않았던 '박근혜 리더쉽'에 대한 불만이나 반발이 봇물처럼 쏟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말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내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본격화되면서 '박근혜 대세론'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153석을 확보한데 이어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의원 영입 등으로 170석까지 확보하면서 외형적인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친이, 친박 갈등의 후유증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면서 18대 국회 내내 국정운영과 정책입안 과정에서 거대 여당의 추진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제1야당을 품고 있다"는 야권의 비아냥에도 변명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이 역사의 반복으로 기록될까요, 아니면 총선 대역전극의 신호탄으로 기록될까요? 이번 19대 총선 결과가 궁금해지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