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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하는 탈북자 문제…해법은

국제여론 환기로 중국 '체면손상' 전략 가능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인 인권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정부도 '진일보'한 해법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중국과의 양자협의를 중심으로 한 '조용한 외교'에 안주하지 않고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키는 다자적 노력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사실상 양자협의를 통해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국에 가족이 있는 탈북자나 미성년 탈북자 등에 한해서라도 한국행을 허용하도록 하는 일종의 '협약'을 맺는 방안도 제기되지만, 이는 결국 '차별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11일 "특정 기준에 해당하는 탈북자에 한해 한국행을 승인한다고 하면 다른 탈북자는 강제 북송해도 된다는 의미가 되어버린다"면서 "그런 종류의 협약 체결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우선 유엔인권이사회(UNHRC)를 통한 탈북자 문제의 공론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봉현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지난달 말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당시 알레이니코프 유엔난민기구(UNHCR) 부대표를 만나 탈북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고, 지난 8일에는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탈북자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정부는 12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다루스만 보고관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보고할 때 중국을 겨냥해 탈북자의 강제북송 금지를 재차 촉구한 뒤 47개 참가국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는 물론 국제노동기구(ILO)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처럼 인권보호 분야에 치중하는 유엔전문기구까지 총동원한 전방위적 공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특히 바클라브 하벨 전 체코대통령과 셸 망네 본데비크 전 노르웨이 총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 보스턴대 교수가 지난 2006년 유엔 안보리에 북한인권문제 논의를 촉구했던 것에 비춰볼 때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도 안보리 차원에서 다뤄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유엔헌장 상의 인권보호체제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헌장에 명시된 인권보호 의무를 준수해야 할 책무가 있는 만큼 상당 수준의 '압박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나 NGO 등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를 통해 유엔인권이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국제사회와 관련 정부의 대화를 유도하는 '일반적 진정'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뉴욕 한인사회는 지난 1일 이 제도를 활용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4년마다 193개 유엔 회원국의 인권의무 준수 상황을 점검하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도 재중 탈북자 문제를 논의하는 또 다른 장(場)이 될 수 있다.     

중국은 UPR에서 지난 2009년 탈북자 문제와 관련한 지적을 받았고, 2013년 후속조치를 보고해야 한다.

과거에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책임 추궁을 피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면피성' 후속조치로 상황을 모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일부 차관 출신으로 탈북자 문제 해법에 목소리를 높여온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은 "현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의 국제법상 의무 위반을 공론화해 중국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전략(naming and shaming)"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 인권 선진국들을 탈북자 문제 논의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들 국가는 중국과 인권대화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환 장관이 9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협조를 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풀이된다.

그러나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 문제가 양국 정부간 또는 국민간 감정적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중간에는 이 문제 외에도 최근 북미합의로 새 국면을 맞은 6자회담 재개 문제 등 긴밀히 협력해야 할 사안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아무리 국제여론을 환기시킨다 해도 결국 탈북자의 난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주권적 권리"라면서 "중국을 무조건 압박하기보다는 강약을 조절해가며 '운영의 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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