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병원이나 의사를 상대로 한 의료분쟁, 피해자가 소송에서 이기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평범한 부부가 대형병원을 상대로 한 의료소송에서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병원측 과실이 100% 인정된 보기 드문 사례인데요, 어떻게 100% 승소가 가능했는지 박세용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4살인 준영이.
생후 일주일 만에 뇌경색이 찾아와 지금도 제대로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준영이 아빠 : 이런 일은 흔한 일이라고 얘기하니까. 뇌의 반 정도 손상을 입었는데, 그걸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하면. 솔직히 너무 성이 나는 거죠.]
2009년 1월, 신생아실에 있던 준영이에게 갑자기 호흡정지와 뇌경색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병원측은 우유가 기도를 막아 호흡이 멈췄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모는 병원측이 우유를 준 만큼 의료사고 소송에 나섰습니다.
수유량이 너무 많아 위 속에 있던 우유가 역류해 호흡이 멈췄고, 결국 산소가 부족해 뇌경색이 왔다며 병원측의 잘못을 추궁했습니다.
반면 병원은 수유량과 심폐소생술 모두 정상이었다고 맞섰습니다.
2년 3개월간의 소송끝에 지난 9일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100% 잘못했다면서 8억 3천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의료진의 과실이 100% 인정돼 거액의 배상 판결이 나온 사례는 보기 드문 게 현실입니다.
준영이가 앓던 질병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병원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승소 비결은 진료기록이었습니다.
준영이가 우유를 다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료진이 수유량을 계속 늘렸다는 기록이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됐습니다.
[강태언/의료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 : 의료법 21조에 진료기록에 대한 열람 복사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권리입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기록을 요구하면 됩니다.]
최근엔 100%까진 아니더라도,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는 판례가 늘고 있습니다.
[홍영균/의요소송 전문 변호사 : 전체적인 추세는 의료과실의 입증은 좀 쉽게 해주고, (병원의) 손해배상 내역 내지 책임범위를 줄여주는 분위기입니다.]
오는 4월이면 의료분쟁을 전담하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개원합니다.
의료사고라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승원, 최준식,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