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먹고 기생충 감염…열·근육통에 마비까지

야생 멧돼지 고기를 먹은 한마을 주민 20여 명이 집단으로 기생충 질환에 감염돼 치료받은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요즘 같은 겨울철은 멧돼지 출몰이 잦은 시기인데다 최근에는 멧돼지 고기가 식육용으로 거래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팀은 오늘 지난해 말 경기도의 한 마을에서 야생 멧돼지 고기를 먹은 뒤 열과 오한, 근육통, 마비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51세 여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한 주민 10여 명을 조사한 결과 모두 선모충증으로 진단된 사례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선모충은 회충의 일종으로, 주로 돼지고기를 덜 익힌 상태로 먹을 때 감염되는데, 멧돼지 외에 오소리, 개, 쥐 등에도 기생합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7년 오소리 섭취 후 발병한 첫 사례 보고 이후 지금까지 3번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조사 결과 이 마을 주민 20여 명은 지난해 11월 말 강원도에서 사냥으로 잡은 멧돼지를 육회를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은 뒤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환자들이 가정에 보관해 둔 얼린 멧돼지 고기 안에서도 선모충의 유충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오명돈 교수는 "선모충증을 예방하려면 돼지고기나 사냥한 야생 동물을 먹을 때 충분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