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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저렴한 약 출시 막은 제약사…수십억 과징금 못내!

[취재파일] 저렴한 약 출시 막은 제약사…수십억 과징금 못내!

암투병 환자들은 수술 후 구토 증상을 막기 위해 항구토제라는 걸 먹거나 맞습니다. 십여 년 전까지는 GSK라는 세계 4위의 다국적 제약사가 우리나라에서 항구토제 시장을 꽉 잡고 있었습니다. '온단세트론'이라는 성분을 넣은 항구토제 '조프란'을 출시해 특허권을 갖고 있어 독점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GSK는 96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조프란'을 팔기 시작했는데, 이 다국적 제약사의 코털을 건드린 제약사가 있었으니, 바로 국내 제약사인 동아제약입니다.

동아제약은 2년 뒤, 같은 성분인 '온단세트론'으로 된 항구토제 '온다론'을 출시했는데 만든 방법이 달랐습니다. GSK는 동아제약을 제소합니다.

               



이른바 제법이 다른데, 성분만 같다고 베낀 거라고 봐야 되는지를 놓고 결국 양사는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얼마 안 돼 '급 화해'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두 업체가 담합을 했다는 증거를 포착했습니다.

동아제약이 자체 개발한 약을 철수하고 향후 경쟁이 될만한 제품을 만들지 않기로 하는 대신, GSK의 조프란에 대한 병원 독점 판매권과 함께 미출시 신약에 대한 독점 판매권 등을 받았다는 겁니다.

신약은 복제약이 나오면 점유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약값도 전체적으로 하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당시 담합으로 환자들은 항구토제 약값을 20% 이상 더 부담하게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동아제약의 온다론 가격은  조프란의 70% 수준이었습니다.

공정위는 이런 판단에 근거해 GSK에 30억4천9백만 원, 동아제약에 21억2천4백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는 신약 특허권자가 복제약 출시를  한 제약사에게 복제약을 철수시켜주는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주는 '한국판' 역지불 합의(pay for delay)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런 역지불 합의로 인해 공정거래질서를 해쳐 과징금을 물게 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GSK는 반론 자료를 내고 역지불 합의가 아니라고 적극 반박하고 있습니다. 역지불 합의는 보통 소송에서 불리하게 될 것을 예상해 신약 특허권자가 복제약 출시 제약사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주는 것인데, GSK 입장에서는 역지불합의로 결론나면, 지난 특허권 공방에서 GSK가 불리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양측의 특허 분쟁은 결론 없이 끝났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동아제약이 GSK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 증거가 더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동아제약은 아무래도 국내 제약사이다보니 입장 표명을 부담스러워하면서 다만 양측의 합의는 정상적인 공급계약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설령 담합이 있었더라도 처분 시효인 5년이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위는 확보한 문서와 관련 진술을 토대로 계약 갱신이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GSK는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에 불복하며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했으니, 결과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습니다.

이번 건은 항구토제가 감기약처럼 일반인들이 두루 복용하는 게 아니어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기에는 약하다는 판단 때문에 메인뉴스를 통해 보도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값싼 약의 보급을 막는 이른바 역지불합의 문제에 대한 공정위의 첫 제재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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