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몰래 수건을 가져가는 얌체 손님들은 찜질방과 목욕탕의 오래된 고민입니다. 최근엔 도난을 막기 위해 '훔친 수건'이라고 커다랗게 글씨를 새긴 수건도 등장했습니다.
이혜미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평택의 한 찜질방에선 7년 전부터 수건에 '훔친수건'이란 글씨를 새겨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백윤기/'훔친수건' 찜질방 사장 : 일 년에 6천 장~7천 장씩 없어지더라고 수건이. 도저히 이렇게 해서 안 되겠다, 뭐라도 써야지.]
없어지는 수건은 대부분 여탕에 놓아둔 것들이었습니다.
찜질방 수건이 걸레로 쓰기 좋다고 주부들이 집으로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찜질방 여성 손님 : 조금 낡은 게 걸레로도 쓰기에 참 좋아요, 정말. 주부 입장에서는 크기도 딱 제격이고요.]
글씨를 새겨넣은 뒤 없어지는 수건이 5천 장 넘게 줄었고, 일 년에 75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11년 전엔 목욕탕 수건이 성차별 논쟁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남탕과 달리 여탕에선 수건을 돈을 받고 판매하자 한 여성이 성차별이라면 시정을 요구했고, 당시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는 남녀차별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찜질방에선 남성에게 수건을 무한대로 제공하지만 여성에겐 두 장씩만 주고 있습니다.
[박재현/여성 손님 : 수건은 두 장은 좀 부족해요. 우리가 써보면 세 장은 있어야 돼. 아무리 모자라도.]
업주들은 여성 손님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손해가 너무 크다며 고개를 흔듭니다.
[오영훈/서울 ○○찜질방 부장 : 종전에 운영을 해봤더니 일 인당 10장 정도 수건을 사용하십니다. 너무 자유롭게 쓰시고 쓰시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정색하고 싸우기는 민망하고, 그냥 있자니 불만만 쌓이고, 별것 아닌 것 같은 수건 문제가 아직도 논란이 되는 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영상취재 : 이원식, 김현상, 영상편집 : 신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