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 재정난의 원인은 중앙정부가 제공했다. 강력한 부동산경기 억제정책을 취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꺼져 지방정부의 수입원이 급감한 것이다.
지방정부가 내년에 만기인 부채 4조5천억위안(800조원)을 상환하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은행권 부실을 촉발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마저 흔들릴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위기의 진원지는 은행 대차대조표에 기록되지 않는 대출과 사금융을 포함한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다.
이 때문에 최근 10년간 고속 질주해온 중국 경제가 내년에는 성장세가 둔화해 경착륙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中 지방정부 내년 만기 부채 800조원
지방정부의 대규모 부채 문제가 중국 당국의 최대 골칫거리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10조7천170억위안(1천960조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6.7% 수준으로, 중앙정부 부채 6조7천527억위안을 크게 웃돈다.
지방정부의 부채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시행됐던 최근 2년 동안 급증했다. 2008년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 잔액은 5조6천억위안이었다.
지방정부 부채 잔액 중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4조5천억위안(800조원)에 달한다는 게 문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지방정부 부채의 30%가 부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경고 신호를 직접 보내기도 했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지방정부 부채 중 2조2천억위안 정도가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거시경제적으로 본다면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지방정부의 디폴트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중국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스템도 위험수위…경제 타격 가능성
중국 지방정부 부채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상환이 제대로 안 되면 은행권 부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발행이 금지된 지방정부는 공기업을 설립하고서 독자 사업권 담보나 정부 보증을 토대로 은행 대출을 받아왔다.
총 10조7천170억위안의 지방정부 부채 중 89%가 은행대출을 통해 조달됐다. 이 때문에 지방 공기업의 채무 이행능력이 떨어지면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부실 문제를 포함해 중국 금융시스템 전반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 대차대조표에 기록되지 않는 대출과 사금융을 포함하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은행이나 신탁회사, 사금융 중개인들은 8~15%에 달하는 고금리 상품을 예금자들에게 팔았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기업과 부동산업체에 20~30% 이상의 금리를 받아 대출해준 것이 그림자 금융의 기본 구조다.
대우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그림자 금융 규모가 15조~16조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위안화 은행 대출규모(51조위안) 대비 30% 수준에 이른다.
허재환 연구원은 "그림자 금융은 신용 증가 속도가 빨라 거품을 만들 우려가 크고 사채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금융시스템 위험은 1~2분기 동안 지속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내년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와 금융시스템 부실 문제 등 여파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전 세계 경체가 침체에 빠졌을 때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경기 둔화를 막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방정부의 재원 부족과 금융시스템의 마비로 강력한 부양책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는 것은 고공행진하던 GDP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중국 경제의 최근 10년간 성장률 평균치는 10.5%였다. 그러나 국제 투자은행에 이어 국내 증권업계도 중국의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7%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배기환 조사역은 "중앙정부 차원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더라도 이전보다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어 즉각적인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