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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금 철퇴'가 인터넷 도박 잡을까?

[취재파일] '세금 철퇴'가 인터넷 도박 잡을까?
지난 2006년 온 사회를 떠들썩 하게 했던 '바다이야기'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심화되는 양극화 속에 희망이 점점 없어졌다고 판단한 중산층과 서민들이 ‘바다 이야기’로 대표되는 릴 게임 도박에 빠져 있었고 여기에는 허술한 규제와 제도적 미비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요즘 이 '바다이야기' 자리를 급격히 차지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 도박입니다.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총리실에서 추정한 연간 시장 규모만 무려 32조원이나 될 정도입니다. 실제로는 아마 더 크지 않을 까 생각됩니다.

누구나 한 번쯤 받았을 법한 '바둑이, 고스톱, 포커' 등으로 시작하는 스팸 문자가 바로 이 인터넷 도박 사이트로 유혹하는 글 입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 문자를 보고 연락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국세청이 처음으로 인터넷 도박 사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는데 조사를 해 보니 한 계좌에 백 억원이 입금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거래되는 판돈이 크다는 겁니다. 판 돈이 크다 보니까 도박 사업자들이 환전료로 챙기는 수익도 엄청납니다. 보통 5.8%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 간다고 하는데 지난 4월 김제 마늘 밭에서 발견된 현금 110억원이나 지난 2월 여의도 물류창고 종이상자에서 발견된 현금 10억원이 모두 이런 인터넷 도박 사업으로 벌어들인 불법 도박 수익금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인터넷 도박 사업이 독버섯처럼 번지는 인센티브가 있습니다. 설사 경찰에 적발되거나 방통위 감시로 사이트가 폐쇄되더라도 바로 다른 이름으로 사이트를 열면 되고 형사처벌을 받아도 형량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세금도 안 내고 현금으로 챙긴 돈을 마늘 밭이나 친인척 명의 부동산에 은닉했다가 챙기면 되는 실정인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국세청이 새로 출범시킨 첨단 탈세방지센터팀이 1차 조사 대상으로 인터넷 도박 사업자들을 선정해 법인 43개와 개인 4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도박을 위해 대포통장에 입금된 판 돈만 3천375억원이었고 추징한 세금은 488억원이었습니다.

불법 도박의 경우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입금한 돈을 수익으로 보고 거기에 일률적으로 10%의 부가세를 부과하고 환전수수료로 챙긴 수익에 대해선 다시 소득세를 부과합니다. 혹시 도박하는 사람이 따서 돈을 출금해 갔더라도 사업자는 입금액 기준으로 추징을 당하는 구조입니다. 불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실제로 바다이야기 사업자들이 범 정부적 단속에서 가장 싫어했던 것이 바로 이런 세금 추징이었다고 합니다. 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세금 추징이나 재산 압류를 당하는 것을 꺼려하는 겁니다.

적발된 인터넷 도박 사업자들을 보면 대부분 친인척 명의의 부동산이나 상가, 외제차 등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런 재산 가운데 의심스러운 것들은 이번에 국세청이 압류하는 방식으로 추징에 들어갔습니다.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판돈만 2천 2백억원 대로 키운 정 모씨 등에 대해선 부인과 어머니 명의로 된 60평형 대 아파트 등 97억원을 압류하고 소득세 274억원을 추징하기도 했습니다. 10억원을 여의도 물류창고 상자에 숨겨뒀던 임 모씨도 이번 조사에서 친인척 명의로 된 70평형 대 아파트 등 23억원 어치가 압류되기도 했습니다.     

국세청은 인터넷 도박 사업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득을 빼돌리는 금액이 워낙 큰 만큼 잘만 하면 상당한 세원도 챙길 수 있고 불법 도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섭니다. 도박 사업자들 주변 친인척들의 재산 변동 내역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수상한 거래가 있으면 바로 추징에 나설 계획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에는 이, 불법 수익에는 세금 부과로 맞서겠다는 건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 관심있게 지켜 볼 만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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