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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미술관에서 하는 역사공부

전시/ 리움미술관, 코리안랩소디 ‘역사와 기억의 몽타쥬’

광시곡 (狂詩曲).

랩소디를 우리말로 하면 광시곡입니다. 음악이 자유로워 미칠 광(狂)자를 쓸 정도의 형식을 가리키는 말인데 미술전시 제목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만큼 역사적인 굴곡이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요동친다'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한국의 근현대사는 이런 광시狂詩적인 표현이 맞다고 할 정도로 여러 가지 사건들로 가득합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은 금방 잊고 지내는데 말이죠.

예술가들은 이런 역사의 큰 파동을 어떻게 보고 들었을까요?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의 일면을 간직한 미술작품들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동학농민운동과 명성황후 시해 사건은 힘없는 약소국의 설움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거친 일면을 잘 잡아내는 서용선 작가의 그림 속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아픔이 느껴집니다. 명성황후를 안타까워하는 조선은 절규하는 여인네로 그려져 있습니다.

점령자인 일본인의 시각으로 조선을 그린 작품들도 눈에 띕니다. 일제시대에 서양회화를 그릴 수 있었던 여유계층은 일본 혹은 서양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배웠던 역사와 많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기록자 자신의 아픔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한 그림 속에서는 조선의 신하들이 일본의 청일전쟁 승리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이준/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일본인 화가, 우키요에 화가들이 묘사한 조선관련 우키요에(일본 18세기에 유행한 풍속화. 주로 서민생활을 표현한 목판화를 가리킴). 그리고 우국지사의 유묵(遺墨 생전에 남긴 글씨와 그림) 등을 통해서 과거 100여 년 전의 근대시기의 한국의 모습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조명하려고 하였습니다.

그 시대 그 때로 가고 싶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실현해주는 작품도 있습니다. 일제시대 한 까페에서 걸어 나와 과거 조선의 모습을 돌아보는 3D작품입니다. 6.25 전쟁에서 아들이 전사하기 전에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는 지금 세대가 모르는 전쟁의 아픔을 알려줍니다. 전쟁은 가족을 잃게 만드는 사건이었습니다. 힘겨운 서민들의 삶은 작가의 그림 속에서도 숨길 수 없습니다. 동화처럼 표현하거나, 색채부터 온몸으로 얘기해 주거나, 고단한 서민의 감성은 매한가지입니다.

박정희와 무궁화를 그린 박영근 작가의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은 역사의 칭송을 받고 있는 인물에 대한 비판입니다. 유지자사경성은 뜻있는 사람은 반드시 일을 이룬다는 한자성이인데요. 이루이진 일들이 가지는 뜻에 대해 거꾸로 바라보는 제목입니다. 민주화의 걸림돌이자 대한민국 발전의 주역으로 평가되는 인물이 가지는 어두운 그늘을 생각하게 합니다. 빛바랜 사진 한 장. 학장시절의 단체사진은 거창한 구호보다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시대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련복을 기억하는 세대들은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제복들이 낯설지 않습니다.

유랑하는 현대인들의 상념은 말 그대로 유랑하는 작가의 모습으로 대변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사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유랑민과 닮아 있습니다,. 대를 이어가는 직업도 없고 꾸준히 쌓은 기술들은 필요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시대는 발전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하루하루 더듬이로 살피며 나아가는 곤충들처럼 된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하루하루의 사건들은 오늘도 어디를 향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드는 소식일 뿐입니다. 온갖 짐들을 가득안고 뒷모습만을 보여주는 동영상은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다문화 가족. 국제결혼이 많아졌지만 보통사람들의 시선은 아직도 곱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들이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코카킬러가 되었습니다. 현대문화중에서 패스트푸드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데요. 멀쩡한 그림 액자 안으로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모든 예술작품들은 시대를 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유물과 작품들을 모아놓은 전시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취재협조 - 삼성미술관 리움 LEEUM '코리안랩소디 - 역사와 기억의 몽타쥬'

리뷰작품 -

        [서용선/동학농민운동]

        [박생광/명성황후]

        [요우사이 노부카주/일청전국개선도]

        [휴버트보스/ 서울풍경]

        [정연두/구보씨의 일일]

        [어머니전상서]

        [장욱진/나룻배]

        [이인성/경주의 산곡에서]

        [박영근/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

        [안창홍/봄날은 간다]

        [서도하/나의 인생]

        [김수자/떠도는 도시들 - 2727km 보따리트럭, 11일간의 한반도 퍼포먼스 중에서]

        [오형근/아줌마]

        [김옥선/해피투게더]

        [김기라/코카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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