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반바지' 입고 골프 치는 오바마

[취재파일] '반바지' 입고 골프 치는 오바마

위 사진은 며칠 전 한 조간신문에 실린 사진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政敵)이라 할 수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과 함께 현지 시간으로 18일 골프를 칠 예정이라는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골프 회동과 관련한 소식은 다른 언론매체들도 비중있게 다뤘기 때문에, 기사를 접하신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의 골프 회동 소식보다는 사진에 나온 두 사람의 옷차림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바로 '반바지' 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오바마 대통령이 반바지를 입고 골프를 친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일국의 대통령과 하원의장이 반바지를 입고 골프를 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른바 미국의 '실용 정신'이라고 할까요? 우리나라 골프장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골프장이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어 있다고 할까요, 아무리 무더운 한 여름에도 절대로 반바지를 입을 수 없습니다. 남성들의 경우 아예 '반바지'를 입고는 골프장에 출입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일부 골프장의 경우 반바지를 허용한다고 합니다만, 이 경우에도 반드시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어야합니다.  반바지뿐 아니라 청바지를 입고도 골프장 출입이 어렵습니다. 여성의 경우엔 '민소매' 셔츠를 입고는 라운딩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제 주변에서 골프를 치시는 분들 가운데 상당 수는 "찜통 더위에도 반바지를 입을 수 없는 한국의 골프 복장문화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처럼 편하게 반바지를 입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제 경우 골프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그 분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를 찾아봤더니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있더군요.  2008년에 보도된 내용인데, 영국 골프장과 관련한 뉴스였습니다. 골프 종주국인 영국의 경우도 복장 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1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린톤 골프 클럽이 반바지와 발목 양말 착용을 허용했다는 것입니다.

골프장 측은 "이제는 대다수가 원하는 쪽으로 복장이 바뀌어야할 때이며, 반바지와 발목 양말을 착용하고 다리를 드러낸다고 해서 품위를 잃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복장 규제를 완화했다고 합니다.

    

흔히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라고 합니다. 또 골프 문화 역시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느냐, 못 입느냐를 두고 이분법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장소에 따라 그 나라 문화에 맞는 기본적인 옷차림을 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일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언제까지 전통을 지켜나가야 할까요?

골프 복장 규제의 유래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옛날 골프 종주국인 영국에서 귀족들이 정장 차림으로 골프를 즐기던 관례가 아마도 지금까지 내려온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과 일본을 거쳐 골프가 도입되면서 '대중 스포츠'가 아닌 일부 특권층과 상류층을 위한 운동으로 골프가 시작됐고, 이 때문에 관행적으로 미국보다도 훨씬 까다롭고 보수적인 복장 규제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골프를 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골프가 더 이상 옛날처럼 귀족이나 특권층, 상류층 만을 위한 운동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확산돼 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복장만은 여전히 과거 관례에 집착한다는 것은  변화된 시대에 맞지않는 '구시대적 고집'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US 오픈'이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 있는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에서 16일 개막됐습니다. 최경주, 양용은 선수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도 11명이나 참가하고 있는데, 28만 명이나 되는 갤러리들이 모여들면서 워싱턴은 때 아닌 골프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적 효과만 1억5천만 달러나 된다고 하는데, 대회 사흘째인 18일(한국시간 19일)에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골프 정상 회담'이 열리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번 골프 회동에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반바지' 를 입고 나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언급했습니다만, 그들이 반바지를 입고, 발목 양말을 신고 다리를 드러낸다고 해서 품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 골프장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고정 관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 이는 비단, 골프장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