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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예슬씨 뺑소니 논란…현장 가봤더니

뺑소니 여부 보다 '예의'의 문제

[취재파일] 한예슬씨 뺑소니 논란…현장 가봤더니

탤런트 한예슬 씨가 뺑소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5월2일 아침 한 씨가 사는 삼성동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이 발단이 됐습니다. 한 씨가 포르쉐 승용차를 몰고 들어오는 과정에, 주차장에 서 있던 36살 도 모 씨의 엉덩이를 사이드미러로 살짝 건드린 겁니다. 소속사가 한예슬 씨 동영상을 공개했으니 이 상황은 인터넷에서 다들 보셨을 겁니다.

도 씨는 통증을 많이 느꼈는지 그 자리에 주저 앉았고, 잠시 뒤 일어나 옆 차량에 기대 아픔을 호소합니다. 그러는 사이 한예슬 씨는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주차 엘리베이터로 휑 들어가버립니다.

CCTV로는 영상만 확인할 수 있어서 취재진은 사고 장소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마침 사고 당일 현장에 있었던 경비원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자 : 사고 당시 상황을 듣고 싶다.
경비원 : CCTV에 나온 대로다. 한예슬 씨 차가 들어오면서 사이드미러로 도 씨를 건드렸고 도 씨가 통증을 호소했다.

기자 : 한예슬 씨가 차에서 내려서 상황을 살폈나?
경비원 : 내리지 않았다. 다만 조수석 창문을 열고 '아저씨 미안해요'라고는 했다.

기자 : 창문은 얼만큼 열었나?
경비원 : 반 쯤 열었다.

기자 : 한예슬 씨가 명함이나 연락처 등을 주고 사태 해결을 하려고 했나?
경비원 : 그런 것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만 했으면 조용히 넘어갈 문제인데 이렇게 돼 나도 아쉽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아무리 가벼운 사고라도 운전자가 현장에서 즉각 구호 조치를 하지 않으면 뺑소니를 친 걸로 간주합니다. 구호 조치라는 것은 차창을 열고 괜찮은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차에서 내려 연락처를 남기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수라는 겁니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기자: 한 씨 사건 뺑소니로 볼 수 있나?
한 변호사: 한 씨가 차에서 내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기 때문에 뺑소니의 첫번째 조건은 충족한다.

기자: 다른 조건은 무엇인가?
한 변호사: 뺑소니는 피해자의 '상해'를 전제로 한다. 피해자가 전치 2주 진단서를 끊었다고 했는데 정말 치료가 수반된 진단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치료도 받지 않은 '경찰 제출용' 진단서라면 상해라고 볼 수 없어 뺑소니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자 : 한 씨 소속사에서는 사이드미러가 접히지도 않을 정도의 경미한 사고에 도 씨가 과잉 반응한다고 한다.
변호사: 사이드미러가 접혔는지 여부는 뺑소니 판단에 전혀 관련없는 요소다. 사이드 미러가 접히지 않은 상태로 충돌해도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연예인이 관련된 경미한 교통사고여서 사실 취재에 흥이 나지 않았습니다. 경미한 사고였지만 누군가 접촉이 있었고,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한 씨는 당연히 차에서 나와 사과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에서 조치를 마쳤어야 합니다. 그게 일반인의 상식입니다.

물론 인터넷에서는 도 씨가 한 씨와 합의금을 노리고 과잉반응하고 있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하지만 원인 제공은 분명 한 씨에게 있는 만큼 한 씨의 세심한 사후 처리가 아쉬운 대목입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소속사의 태도입니다. 소속사는 이례적으로 한 씨 사고가 인터넷 이슈가 되자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소속사가 공개한 약 50초짜리 동영상은 한 씨가 사고를 낸 뒤 주차 엘리베이터로 쑥 들어가 버리는 장면은 담지 않았습니다. 소속사 제공 영상만 보면 차가 사고 현장에 머문 채 상황이 끝납니다.

저희 취재진은 한 씨 차량이 엘리베이터로 '그냥 휑' 가버리는 상황을 잡기 위해 현장에서 CCTV를 다시 입수해 뉴스로 내보냈습니다. 소속사가 좀 더 투명하게 이 사건을 공개하려 했다면, 마지막 차가 그냥 가버리는 모습까지 담았어야 옳습니다.

저는 한예슬 씨가 처벌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원만하게 합의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천 수백만 시민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대도시에서 누구나 지켜야 할 예의가 어떤 것인지 우리 모두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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