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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들에겐 VIP 고객뿐이었나!

[취재파일] 그들에겐 VIP 고객뿐이었나!
특혜가 판친 한 편의 '막장 금융드라마' ,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 벌인 행태를 취재하면 할 수록 드는 생각이다. 침몰하는 배에서 선원들은 자기 가족과 평소 많이 챙겨줬던 탑승객들만 챙겼다.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되면 한 쪽 방향으로 쏠려 배가 기울 수 있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자들도 손해 볼 수 있으니 다른 탑승객들에게는 절대로 알리지 않도록 했다. 오히려 침몰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찮으니 어서 배에 타라고 권유하기까지 했다.

애초 사금고 역할 밖에 하지 않고 있는 곳들에 대해 '은행' 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던 것이 잘못이다. 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몸집 키우는 흉내만 냈지 이번에 영업정지 된 7개 저축은행 가운데는 실제론 대주주를 위해 이들이 관여한 유령회사에 대출을 해 주는데 열심이면서 회사의 부실을 키웠던 곳들이 대부분이다. 오죽했으면 다시 6개월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는 금융당국 관계자가 "도저히 은행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을 정도다" 라고 실토했겠나? 물론 그동안 뭘 감독하고선 이제야 이런 말을 하는가라는 비난을 피하긴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부산저축은행은 갑자기 하루아침에 영업정지를 당한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먼저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아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금감원에 '자진납세' 를 했다. 직원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영업정지 전 며칠동안 평소보다 수십배나 많은 예금들이 계속 빠져나갔고 심지어 영업정지 전날에는 마감시간 이후에도 'VIP 고객' 과 임직원 친인척 등 관련자들에게 특혜 인출을 해 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 그 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은 거의 전부를 손실보게 될 수 있다. 예금이야 예금자보호법 덕분에 5천만원 미만은 보호라도 받지만 후순위채권은 그런 대상도 아니다. 당연히 저축은행 후순위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임직원 친인척과 VIP 고객들은 '눈에 보이는 손실'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부 부산저축은행 직원들은 영업정지 전 적극적으로 후순위채 양도를 알선하고 다녔다. 멋모르는 일반 고객들에게 부실폭탄이 될 후순위채권을 떠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해 보니 직원들의 중개로 후순위채권을 양도받은 피해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는 영업정지 일주일 전에 1억원 어치 후순위채권을 양도받은 피해자도 있었다.  뻔히 부실 채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 을 위해 부실폭탄을 받아 줄 고객을 알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불완전 판매도 기승을 부렸다. 후순위채권이 과연 무엇인지, 예금자 보호도 받지 못하는 위험한 상품인데 세금을 빼고나면 이자 수준이 6~7% 밖에 안 된다는 사실 등은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팔려고 하면 은행이 나중에 다 사 준다" "본인이 오지 않고 전화로만 이야기 하면 다 알아서 처리해 주겠다" 는 불법 행위만 판을 쳤다고 한다.

이런 말에 속아 후순위채권을 산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만 2950명이다. 부산1저축은행에서 발행한 후순위 채권만 594억원, 부산2저축은행까지 합치면 1187억원이나 된다. "대한민국에는 VIP 고객 따로 있고, 돈만 갖다 주는 서민 고객이 따로 있냐" 라는 피해자들의 절규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후순위채권 양도에 대해선 개인들 간의 거래였다고 보고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의 적극적인 중개로 인한 거래였다면 상황이 다른데도 알아보려 하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감독당국이 한 통속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행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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