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렵게 어렵게 면허를 땄습니다. 감각이 둔해서인지 T자 코스, S자 코스, 평행 주차 다 애를 먹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학원 가는 일도 만만치가 않아서 거의 몇 달 동안 주말은 학원에 붙어 있었죠. "남들 다 따 놓은 면허증을 왜 이제서야 따서 이 고생을 하는지"라고 투덜거리면서 말입니다.
지난 해 학원을 다닐 때 면허증 취득 절차가 간소화될 것이라는 행정안전부발 기사가 나왔습니다. "조금 더 기다릴까?" 고민하다가 하루라도 빨리 따야겠다는 생각에 계획을 강행했었습니다. 드디어 6월 10일부터 바뀐다고 합니다.
새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어제(28일) 의결되면서, 6월 10일을 기준으로 운전면허 취득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는 겁니다. 저처럼 면허증을 따지 않고 버티고 있는 제 동생은 좀 수월하게 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게 됐습니다.
어떤 것들이 바뀌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사람에 따라서 어떤 점들이 더 '충격'적인지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우선 그 유명한 "T자, S자 코스"가 사라집니다.
"여기서는 블럭 어디쯤을 기준으로 핸들을 몇 바퀴쯤 돌리면 된다", 이렇게 배우셨던 것 기억하시죠? 수학 시간도 아닌데, 학원마다 공식이라는 게 있습니다. 수강생 중에는 "하나, 둘, 셋"하고 박자를 세면서 시험 보시는 분들도 꽤 됐었죠. 그런데 이게 다 없어지는 겁니다. 어렵기만 하고, 실제 도로에서의 활용도는 낮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랍니다.
기존 장내 기능시험에서는 오르막에 올라서 잠시 정차하기, 굴절 코스 등등 해서 모두 11개 항목을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파격적으로 2개로 줄어듭니다. 정차시, 주행시 기기 작동을 할 수 있는지만 평가한다는 겁니다. 대신 안전벨트 안 매면 바로 실격된다는 조항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여기에다 의무교육 시간도 대폭 줄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에 가장 놀랐습니다. 25시간을 채우긴 해야 하는데, 하루에 3시간씩 밖에 못들어서 주말마다 찔끔찔끔 배우던 기억 때문이겠죠. 25시간이 무려 8시간만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4시간씩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전에는 교육시간 채우려고 적어도 9번 학원을 가야했다면, 이제 단 두번만 가면 된다는 겁니다.
이밖에 학과시험이나, 도로 주행시험은 현행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경찰은 이번 새 시행령에 대해서 응시자들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그렇겠지요. 교통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의 면허 취득절차는 너무 복잡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학원비도 60에서 70만 원씩이나 되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소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온라인 카페나 동호회에 요즘 많이 올라오는 이른바 "김여사 시리즈" 아실 겁니다. 여성이 운전을 더 못한다고 특정하는 식의 표현은 '당연히' 불만입니다만,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 미숙 운전자들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지금도 면허가 있지만, 엉성한 운전 솜씨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면허 발급 절차가 더 간단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겠지요.
게다가 관련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 초에 운전면허 학원의 반발하는 모습을 취재해서 보도해드린 적도 있는데요, 운전전문학원들은 요즘 연일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전국 운전면허 학원들이 모두 장내 기능시험장을 갖추고 있는데,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절차 자체가 간소화되면서 강사 숫자도 줄여야 하는데, 실직자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한달 하고 보름 정도 남았습니다. 새 시행령이 적용되는 6월 10일 첫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데, 취재 나가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