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오너 일가의 대를 이은 '시카고대 사랑'이 재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학 분야의 손꼽히는 명문인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화제가 됐던 SK그룹 최종현-태원 부자에 이어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윤정(21)씨까지 시카고대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정 씨는 중국에서 고교 과정을 마친 뒤 부친인 최 회장의 뜻에 따라 시카고대로 유학, 현재 경제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파의 본산'으로도 유명한 시카고대는 최종현-태원 부자가 유학 시절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 뜻깊은 곳이기도 하다.
고(故) 최종현 회장은 1950년대 후반 시카고대 유학 시절 미술학도였던 부인 박계희 여사를 한 유학생 모임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웠다.
최 회장과 박 여사는 부부가 된 뒤 금실이 좋기로도 유명했는데, 1990년대 후반 최 회장이 폐암으로 투병을 할 당시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던 박 여사가 과로한 나머지 먼저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의 러브스토리는 더욱 유명하다.
1980년대 후반 부친의 권유로 시카고대에 유학 중이던 최 회장은 당시 여당인 민정당의 실세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소영 씨를 만났다.
역시 시카고대에 유학 중이던 박영호 현 SK차이나 총재의 알선으로 만나게 된 최 회장과 노 씨는 공통의 취미이던 테니스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며 가까워졌고 이후 노태우 후보의 제13대 대통령 당선 이후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결혼에 골인,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연 때문인지 SK그룹에는 유독 시카고대 출신이 많은 편이다.
최 회장과 박 총재를 비롯해 이정화 SK 미국지사 사장, 이용석 SK건설 경영기획부문장, 가종현 SK텔레콤 미주사업부문 사업개발그룹장, 함윤성 SK글로벌 전략사업본부장 등이 모두 시카고대 출신이다.
이 때문에 SK그룹 내에서는 "SK에서 출세하려면 시카고대 유학을 다녀와야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종종 나온다.
최 회장의 장녀인 윤정 씨가 시카고대로 유학을 가게 된 것도 이처럼 시카고대에서의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최 회장의 적극적인 권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윤정 씨가 성공적으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룹 내 주요 부서에서 실무를 익히게 한 뒤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게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의 차녀인 민정 씨는 현재 중국 베이징대에 유학 중이며 막내아들인 인근 군은 고등학생이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 오너 일가 3대가 같은 대학에서 유학을 하게 된 것도 화젯거리지만, 윤정 씨가 조부와 부친의 바통을 이어받아 '시카고대 러브스토리'를 완성하게 될지도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