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화방송이 취재진에게 제공해준 추모 영상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 처음이 '사랑'에 대한 말이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고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사랑에 대해 강론하고 실천하는 모습이다. 그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사랑하라고 명령하셨는데 그 말씀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그 '사랑'이 쉽지 않다.
카톨릭과 기독교의 성경을 읽어보면 많은 역사와 기록들이 담겨 있지만 '사랑'이라는 단 한 마디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쟁에서의 승리와 패배, 인간의 어리석음, 욕심으로 인한 재앙 등 여러 가지 일들이 기록된 책이지만 결국 예수의 가르침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난다. 그런데 그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지도자에게 '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을까.
고 김수환 추기경을 열정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하는 말보다 더 진실한 말이 있을까. 우리 주위의 어려운 사정이 생긴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작년 성탄절에 서초동 산청마을에 취재를 갔는데 그 곳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의 후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찌보면 사랑의 가장 '선배'인 '예수'를 따르는 '후배들'일 것이다. 서초동 산청마을은 강남의 부촌 뒷산에 형성된 무허가 비닐하우스 판자촌이며 빈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다. 그곳에 지난해 11월 28일 누군가의 방화에 의해 주민들은 그나마 바람막이도 없이 추위에 떨며 지내고 있었다. 서초동 산청마을에도 성탄은 찾아 왔고 주민들을 위한 미사가 열렸다. '빈민사목위원회' 소속의 신부는 말구유에 누인 아기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당연히 이곳에 왔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허름한 곳에서 태어난 예수의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이고 예배라는 말이다.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는 추기경의 후배들이 그곳에 있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을 떠올리면 장기기증에 대한 기억도 있다. 살아서 사랑을 실천하라고 열심히 가르치던 사람도 막상 장기기증을 서약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정서상 고인의 몸을 망가뜨리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가족의 동의도 얻기 어렵다. 김수환 추기경은 ‘사망시 각막기증, 뇌사시 장기기증’을 신청해 놓았고 실제로 돌아가신 후에 그의 각막은 누군가의 빛이 되었다. 오래전에 '몬트리올 예수(Jesus of Montreal, 1989, 감독 데니 아르캉)'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예수의 일생을 그린 연극에서 인간적인 예수의 모습을 표현하던 한 배우가 사고로 뇌사에 이르게 내용이다.
마지막 장면은 그 배우의 장기기증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심장, 신장, 눈의 각막 등 이식을 통해 병을 고치게 된 환자들은 성경에서 예수의 병 고침을 받은 사람들의 말 그대로 '오 주여, 감사합니다!'라고 외친다. 김수환 추기경의 실천을 보며 그 모습이 생각났다. 비록 새로운 삶을 갖게 된 사람들을 내가 만나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없지만 대가 없이 실천하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장기기증이다. 혼자서 용기를 못내던 사람들도 그의 실천을 보며 장기기증서약을 한다.
예 수는 사랑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사랑을 위해 한평생을 살았던 종교지도자에게 우리는 감동받고 열광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후예들'이어야 할 사람들이 불교 사찰에서 소위 '땅밟기'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린 이집트의 시위현장에서는 기도시간을 지키는 무슬림 시위대들을 지키기 위해 인간방패가 되어주는 기독교인의 사진이 보도 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종교의 참 의미를 생각해 본다. ‘땅밟기’를 했던 그 분들은 장기기증서약을 하셨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자료제공 - PBC 평화방송 (김수환 추기경 2주기 명동성당 추모미사에 상영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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