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물건을 사면 이런 영수증을 받게 됩니다. 구매를 증명하는 증서인 셈인데요. 최근에는 이런 영수증이 한없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편도 커지고, 또 종이를 낭비한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습니다. 실태를 취재 했습니다.
가계부에 영수증을 붙이며 지출 내역을 기록하는 주부 이경미 씨.
며칠 동안 물건을 사고 받은 영수증이 지갑 속에 가득합니다.
[이경미/주부 : 길죠, 항상. 이렇게 접어서 넣기도 그렇고 지폐랑 분류해서 챙겨 넣어야 되고 그러니까 많이 불편하다고 생각했어요.]
매달 말, 업무 관련 영수증을 모아서 내는 직장인 백현숙 씨도 길어진 영수증을 처리하는 일이 스트레습니다.
[백현숙/직장인 : 업무용이라서 버릴 수도 없고 깔끔하게 정리를 해야 되는데, 지갑이 빵빵해지는 경우가 많고. 비닐같은 데 넣어두면 이것들이 흐트러져서 꼬여 있는 경우들이 많이 있죠.]
그럼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에서 물건을 사고 받는 영수증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가족들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들른 한 여성을 따라가 봤습니다.
물건 세 개를 샀는데 벌써 지갑이 영수증으로 가득합니다.
받은 영수증을 합해보니 길이가 1m를 넘습니다.
[김 모씨/직장인 : 가뜩이나 쇼핑하느라 짐도 많은데 영수증이 두꺼워지니까 쓰레기 같더라고요. 별로 쓸데없는 내용들도 많은 것 같고.]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다섯 곳에서 물건을 한 개씩 구입해 봤더니, 영수증 평균 길이는 26cm, 가장 긴 건 무려 42cm나 됐습니다.
이렇게 길어지는 이유는 물건 구매 내역 외에 온갖 광고 문구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영수증을 오래 보관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새로운 광고 매체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42cm짜리 이 영수증에서 구매내역이 인쇄된 부분은 고작 15cm, 나머지 27cm에는 행사 안내, 할인 정보, 보험 광고 문구등이 빽빽히 적혀 있습니다.
영수증인지 광고지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세일이나 행사 기간엔 가뜩이나 긴 영수증이 더욱 길어집니다.
[매장 직원 : 세일 기간에는 (영수증이) 더 많이 나와요. (구매내역) 영수증만 끊어서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저런 광고물이 붙어 나오는 바람에 영수증을 한 번에 4장씩 받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100% 수입산인 종이를 쓸데 없이 낭비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신근정/녹색연합 조직국장 : 특히 영수증 같은 경우 재생종이도 거의 사용되지 않고 즉시 인쇄하기 때문에 인쇄나 종이사용에 있어서 환경적인 불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요.]
한 유통업체가 지난해 불필요한 인사말과 설명을 빼고 영수증 길이를 6cm씩 줄였더니, 일년에 종이 4톤, 6천만 원 어치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 4백 그루를 심은 것과 비슷한 효과입니다.
저마다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며 녹색 이미지를 강조하는 유통 업체들.
영수증 광고에 열중하기 보다는 소비자 불편을 덜고 종이 한장이라도 아끼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