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월 추위가 심상찮습니다. 여름 폭염과 대비됩니다. 겨울 한파의 서곡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스키장이 문을 열었고 연탄 공장은 바삐 돌아갑니다.
이정은 기자입니다.
<기자>
한겨울같은 칼바람이 출근길 시민들의 옷깃을 파고듭니다.
두터운 겉옷과 목도리까지 둘렀지만 갑작스런 추위가 버겁기만 합니다.
지난 27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0.8도.
서울의 10월 기온으로는 8년만에 가장 낮은 기록입니다.
[김남영/서울시 보라매동 : 날씨가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추워서요,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이 많이 됩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10월 첫 얼음이 관측됐습니다.
지난주 초 전국 대부분 지방에 내려졌던 한파주의보가 나흘동안이나 발효됐습니다.
강원도 산간지방과 충청도 일부 내륙지방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도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는 영하 20도의 찬 공기가 한라산과 충돌하면서 만든 '카르만 볼텍스'라는 희귀한 소용돌이가 위성 사진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때이른 기습추위에 강원도 일부 스키장들이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들어갔습니다.
예년보다 보름이나 앞당겨 10월에 문을 연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단풍이 물든 산비탈 사이로 펼쳐진 하얀 설원.
그위를 스키어들이 시원스럽게 내달리면서 때이른 겨울정취를 만끽합니다.
[곽성욱/경기도 평택시 : 쌓였던 스트레스가 눈이랑 함께 날아가는 것같아 기분좋고 10월에 타는게 신기하고 좋네요.]
서민들의 겨울 땔감인 연탄도 제철을 만났습니다.
서울의 연탄공장들은 밤늦게까지 가동하고 있지만 주문량을 채우기가 힘들 정돕니다.
[김두용/ 연탄공장 임원 : 하루에 요즘 30만장 이상 들어왔습니다. 생산할 시간이 있다보니까 주문량에 우리가 미처 다 공급을 못 해주고 있고.]
달동네에는 자선봉사단체인 '연탄은행'이 연탄 배달에 나섰습니다.
한장에 5백 원, 이곳에선 하루에 연탄 석장이면 한 가구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지난 2005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현재 전국에 모두 27만 가구나 됩니다.
[전병종/자선봉사단체 '연탄은행'봉사자 : 에너지, 기름값이 비싸잖아요, 그래서 날로 늘어났죠. 아궁이로 개조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번 10월 한파는 심상치 않은 올 겨울 날씨를 예보하는 전주곡입니다.
지난주 필리핀을 강타한 제13호 태풍 메기.
중심기압이 890헥토파스칼까지 떨어져 20년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됐습니다.
이 태풍이후 그동안 한반도 북쪽에 머물던 찬공기가 한꺼번에 밀려내려와 10월 한파를 몰고왔습니다.
10월 말까지 강한 태풍이 발생하는 것은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내려가고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라니냐'현상때문입니다.
라니냐는 겨울까지 계속돼 대여섯개의 강한 태풍이 더 발생하고 이로인해 동아시아 지역에 적지않은 기상이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김지영/기상청 기후예측과 연구원 : 라니냐의 영향으로 서태평양 해역의 태풍발생이 잦아지겠고, 그에 따라서 동아시아지역의 기압계가 교란되어 우리나라에 기온 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 겨울에는 포근하던 날씨가 한파로 돌변해 폭설이나 기습한파가 자주 나타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