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자녀 여권발급도 차별…남편 동의 필요

<8뉴스>

<앵커>

답답하죠. 결혼으로 이주해 온 외국인 여성들은 우리 국적을 취득할 때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만, 자녀의 여권을 발급받을 때도 남편의 동의가 필요해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JTV, 정원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입국한 지 3년된 이 여성은 알코올 중독에 걸린 한국인 남편의 폭력으로 별거를 한 뒤 자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친정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자녀와 함께 모국을 방문하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이 동의를 해주지 않아 자녀의 여권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혼이주여성 : (남편이 동의서 받으려면) 자기 말대로 꼭 따르라고 했어요. 무조건 따르라고 해서 제가 싫다고 했어요.]

여권법은 18세 미만인 사람이 여권의 발급을 신청할 경우에는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내국인에게는 부모 한쪽의 동의만 요구하면서도, 이주여성의 자녀들은 양쪽 모두에게 동의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법률상 이러한 내용의 규정이 전혀 없는데도 외교통상부가 자의적으로 지침을 마련해 이주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겁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 : 여권이 외국으로 나가는 신분증이 되다 보니까 나가서 연락이 두절된다거나 이런 경우가 좀 많아서.]

결국 가정폭력 등으로 문제가 생긴 가정에서는 한국인 남편이 동의서를 써줄 리가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주여성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JTV) 정원익 기자

(영상취재 : 권만택(J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