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이 7일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인 과학자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가 중국 창춘(長春) 태생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은 이날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미국 델라웨어대 리처드 F. 헤크 교수와 퍼듀대의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 홋카이도대 스즈키 아키라 교수의 경력과 공로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이들 가운데 네기시 교수는 1935년 창춘에서 출생했다고 언급했다.
인터넷 포털 바이두(百度)가 '노벨 화학상 수상자 창춘 출생'이라고 제목을 뽑아 주요 기사로 올린 것을 비롯해 중국 매체 대부분이 인터넷판에 네기시 교수의 창춘 태생을 강조하는 제목으로 노벨 화학상 수상자 선정 소식을 전했다.
중국 언론은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네기시 교수가 여전히 일본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어떤 이유로 그가 창춘에서 출생했으며 언제 일본으로 건너갔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 3명 가운데 일본인 과학자가 2명 포함돼 일본 열도가 열광하는 것과는 달리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중국은 우울한 분위기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은 "올해도 중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일본, 인도 등에서도 수상자가 나왔으나 5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만 노벨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표절과 관료주의, 권위에 복종하는 전통, 무작정 암기에 집중하는 공공 교육 시스템이 중국의 과학과 학문적 성취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물리학자 양천닝(楊振寧) 교수가 1957년 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중국계 9명이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모두 외국 국적이었고 이들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고는 외국에서 연구 성과를 거둬 중국으로서는 노벨상과 관련해 내세울 것이 없었다.
지난해 중국계 영국인 찰스 K. 가오(高)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을 때도 중국 언론은 "외국 국적의 중국인들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중화민족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국에서 지금껏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한 이유는 학자들이 창조적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 등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