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0년 11월 몰래 입국한 방글라데시 남성 A씨는 불법체류 사실의 적발로 본국으로 쫓겨나자 다시 한국에 들어오려고 알고 지내던 한국인 여성에게 최근 결혼을 제의했다.
이 여성은 청혼을 받아들여 방글라데시를 여러 차례 방문, A씨가 한국대사관에 결혼비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와줬지만 심사 과정에서 A씨가 '양다리'를 걸쳤다는 사실이 드러나 눈물을 흘려야 했다.
A씨가 또다른 한국인 여성에게도 결혼하자며 국제우편으로 옷과 구애 편지를 보냈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 법무부는 A씨가 재입국 목적으로 혼인을 빙자한 사기 행각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한국인 아내를 속여 국적까지 취득했다가 뒤늦게 거짓말이 발각돼 취소되는 사례도 있었다.
파키스탄인 B씨는 고국에 배우자와 자녀 5명이 있는데도 우리나라에 안정적으로 체류하려고 한국인 여성을 유혹해 결혼과 국적취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남편의 이중 결혼을 알게 된 한국인 배우자의 혼인취소 소송에서 취소 판결이 내려지자 B씨는 국적 허가가 취소된 것은 물론 본국으로 송환돼 재입국 불허 조치를 받게 됐다.
정신적·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여성을 타깃으로 삼아 국내 정착을 노리는 불법체류자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C씨는 가출한 국내 여성 D씨에게 햄버거와 신발을 사주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동거에 들어갔다. 이들은 3개월의 동거를 거쳐 결혼에 골인했으나 법무부 실태조사에서는 C씨가 국내 체류를 위해 다소 정신지체 증상을 보이는 D씨를 이용한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법무부는 딸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D씨 부모의 간곡한 호소로 어쩔 수 없이 C씨가 국내에 정식 체류할 수 있도록 자격을 변경해줬다.
불법체류자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한국인과 혼인신고만 하면 걱정없이 국내에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이가 많거나 혼자 사는 여자 또는 정신지체자를 집중 공략하라', '임신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등의 정보마저 공유되는 것으로 법무부는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과의 결혼으로 체류자격이 변경된 외국인 숫자는 2006년 4천827명 2007년 5천732명, 2008년 5천792명, 2009년 7천275명, 올해 7월 현재 4천653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인과의 결혼을 악용하는 일이 하나의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결혼에 진정성이 없는 경우에는 심사를 강화해 법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