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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6·7·8 호선이 찜통인 이유를 찾아서(2)

도시철도공사가 이렇게 환기를 최소화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전기 사용료 절약을 통한 비용 절감'

 '절약'이라는 말. 좋은 것이죠.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도시철도공사의 에너지 절약 정책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나 근무하는 직원 모두로부터 지탄을 받아 왔습니다.

시민들은 우선 승강장에 조금만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 더위에 고통스러워합니다.

냉방을 최소화하고 있으니 당연할 수 밖에요. 지하철을 또 왜 그렇게 뜨문뜨문 오는 걸까요.

에스컬레이터도 대부분 세워 놓는 바람에 있으나 마나고요, 환기 안된 공기 속에 어린이나 어르신들은 기침을 해대기 일쑤입니다.

하루종일 지하공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더운 공간에서 일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에 터널 보수를 하는 직원들은 성대 부어오름, 비염 등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전기 아낀다고 역내 대부분의 조명을 껐기 때문에 눈이 침침해졌다고 호소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중앙에서 환기나 냉방같은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더위나 탁한 공기질에 대한 불편 신고를 할 때만 위에 보고해 잠깐 가동할 수 밖에 없음을 괴로워하시는 직원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직접 온·습도계를 들고 5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왕십리역에 나가 봤습니다.

두 시가 넘은 오후.

역 안으로 들어가기 전 측정한 외부 온도는 30.5도에서 31도를 왔다갔다 합니다.


5호선 승강장으로 먼저 향했습니다.

온도계가 더위 먹은 건지 제가 더위를 먹어 정신이 혼미해진 것인지 온도가 별로 떨어질 생각을 안합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 봤지만 최고로 많이 떨어진 게 29. 7~8 사이.

결국 30. 3도를 찍고야 말았습니다.

안에 그것도 지하에 들어온 의미가 없었던 거죠. 차라리 역사 바깥은 바람이라도 부는데 말입니다.

5호선 승강장이 얼마나 더운지 시민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환승하러 이리로 건너왔는데 너무 더워요, 짜증스럽죠" 부터 시작해서 많은 분들이 성토를 하십니다.

하루에도 왜 수십건씩 도시철도공사에 불편신고가 접수되는 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2호선으로 향했습니다.

계단을 지나 한걸음 한걸음 걸어갈 때마다 온도가 떨어지는게 눈으로 확인됩니다.

스크린도어 앞에 딱 서자, 25도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역인데도 다른 회사의 승강장이라는 이유만으로 5도가 넘는 온도차이를 보인 겁니다.

누구든 피부로 느껴질 정도의 차입니다.

이번에는 밖으로 나가 환기시설을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동일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에 파악한 환기시설 도면대로 서울메트로의 본선환기 배기구와 도시철도공사의 본선환기 배기구를 카메라 두 대를 이용해 동시간대 관찰을 해 봤습니다.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셨겠지만 서울메트로 환기구 앞에 달아놓은 리본은 거센 바람에 팔랑이며 춤을 추고 도시철도공사의 본선환기 배기구 앞 리본은 축 쳐져서 일어날 줄 모릅니다.

승강장과 대합실 환기구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도시철도공사는 이렇게 저렇게 전기를 아낀 결과로 2007년 표창까지 받았던 거겠죠.

취재중에 만난 산업환기를 전공하신 교수님은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하고 하루에도 수십만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신선한 공기를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는 인상깊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건강한 공기를 마시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결코 돈 몇 푼으로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는 얘긴데요.

방송이 나간 이후에 제 기사 댓글로, 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의 항의글로, 또 제 이메일로 많은 시민분들께서 공감을 표시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그 중에 어떤 분께서는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잘 나가는 기업가가 지하철 타고 다닙니까? 더워도 탁해도 지하철을 탈 수 밖에 없는 힘 없는 서민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는 내용의 가슴 짠 한 글을 쓰기도 하셨는데요.

서울도시철도공사. 부디 누구를 위해 지하철이 있는지 돌아보길 바랍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평범한 사람들이 지하철 탈 때만이라도 아침에는 하루에 대한 희망을, 저녁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게 말이죠.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샐눈 뜨고 감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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