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취재파일을 읽으시기 전에..
지하철 1·2·3·4 호선은 서울 메트로가, 5·6·7·8호선은 서울 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합니다.
또, 취재가 끝난 지금도 메트로를 옹호하거나 칭찬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
저는 당산역 옆에 삽니다.
아침마다 출입처인 시청을 가기 위해 2호선을 타고 있어요.
회사는 목동에 있습니다.
선배차를 얻어 타거나, 리포트 제작이 없는 날에는 2호선 충정로나 영등포 구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귀사 하지요.
그런데 그 때마다 몸으로 느껴지는 차이가 있습니다. 온도와 습도.
이상하게 환승을 위해 5호선 쪽으로 걸어가면 갈수록 마치 습식 사우나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점점 더워지고, 공기는 답답해져 목에 '턱'하고 들어와 박히는 기분이랄까요.
아마도 5호선이 2호선보다 지하 깊은 곳에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지하철 칸칸마다, 승강장 곳곳마다 붙어 있는 서울 도시철도공사의 '냉방 & 환기 시스템' 자랑 포스터를 흘겨보면서요.
그러던 중,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공기질 측정을 앞두고 작성된 도시철도공사의 내부 문서가 제 손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한 장 한 장, 침 발라가며 검토한 후 처음 든 생각.
'서민의 발 지하철이 서민 가지고 장난치는구나' 였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본선(지하철이 다니는 터널) 환기 스케쥴표를 보면, 역을 라돈 중점관리구역, 라돈 관리구역, 일반역 등 여러 개로 분류해 환기 시간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
물론 148개 역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120개역은 일반역으로 분류돼 동절기에는 50분, 하절기에는 1시간 10분을 환기합니다.
남은 28개 역은 5시간 40분 또는 13시간 정도를 하고 있죠.
같은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메트로가 24시간 환기하는 것에 비교하면 턱 없이 적은 시간이죠.
본선 뿐 아니라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강장이나 대합실 환기 시간도 역시 적습니다.
일단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측은 "우리는 메트로에 비해 첨단 시설을 갖췄고(즉, 메트로가 생긴지 더 오래됐고) 스크린 도어 설치로 인한 터널 내 미세먼지나 라돈 같은 발암물질 완벽 차단을 하고 있어 환기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왜 장난을 친다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공기질 측정을 앞두고 각 팀에 하달된 문서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히 측정 2주전에 작성된 이 문서에는
1. 측정 기간 동안 해당 라인 13시간 환기
2. 급기·배기 팬 특별가동
3. 물청소 등...
피크전력을 가동해서 특.별.히 관리를 하라는 지시사항들이 아주 자세히 적혀 있는데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렇게 환기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온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도대체 어떤 구석이 찜찜했던 건지 검사 기간에만 적게는 두 배, 많게는 11배까지 늘려 가동을 했던 겁니다.
취재하는 동안 만난 지하철 공사 직원들도 검사 날짜만 잡혔다 하면 용역직원들을 시켜 검사 기계 앞을 물청소 하고 평소에는 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도 없던 환기를 하루종일 한다고 털어놓았는데요.
좋은 검사 결과를 받기 위해 그 기간 동안에만 이중적인 정책을 썼다는 걸 어린아이라도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인거죠.
이런 식으로 검사를 받아 왔기 때문에 도시철도공사가 떡하니 열차 칸칸마다 붙여 놓은 '깨끗한 도시철도공사의 공기질' 포스터가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도시철도공사는 (기술팀, 홍보팀 모두) "우리는 '있는 그대로' 검사 받는다"는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하철 역에 나가본 취재 후기는 2편에서 계속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