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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여자월드컵 4강으로 꽃핀 '최인철 축구'

비록 한국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결승 진출은 무산됐지만, 10년 동안 여자축구에 쏟은 최인철(38) 감독의 열정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10) 여자대표팀은 30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보훔에서 끝난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 4강 경기에서 개최국 독일의 벽에 가로막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FIFA 대회 4강까지 오르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자축구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한국이 세계 4강의 쾌거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열정적인 지도자', '연구하는 지도자'라고 주위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최 감독 역할이 적지 않았다.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최 감독을 아는 축구팬은 드물었다.

전동초-동북중·고-건국대를 거친 최 감독은 프로 선수 경력이 없는 무명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 즈음에 결핵에 걸려 뜻하지 않게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1998년부터 동명초 축구부에서 남자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재능있는 여자 아이들이 늘어나 2000년 여자축구부를 따로 창단하면서 최 감독과 여자축구의 인연은 시작됐다.

여자축구 지도자의 길은 낯설고 외로웠다. 하지만 그는 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올곧게 자기 길을 걸어갔다.

최 감독은 이후 성장하는 아이들과 함께 오주중(2001∼2004년), 동산정보고(2004∼2008년)로 옮기면서 한국 여자축구의 토대를 쌓았다. 현재 20세 이하 대표팀의 주축인 지소연(한양여대)과 이현영(여주대), 정혜연(현대제철), 강유미(한양여대), 문소리(울산과학대) 등이 동산정보고 시절 길러낸 제자들이다.

오주중 코치 시절에는 지소연을 앞세워 6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지도력을 알아본 대한축구협회는 2006년 19세 이하 여자 대표팀 코치직을 맡기더니 2008년 8월에는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최 감독과 초.중.고교 동문인 윤종석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최 감독에 대해 "한 가지에 몰입하면 끝장을 보는 노력파다. 그리고 1년 365일 내내 여자축구만 생각한다"면서 "집중력이 요구되는 훈련 때에는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훈련장 밖에서는 아버지처럼 편하고 부드럽다. 10년 가까이 함께 호흡을 맞춰 최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두텁다"고 말한다.

현 대표팀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미드필드에서 풀어나가는 패스 게임이 일품이다.

최 감독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동기 대한축구협회 기술연구팀장은 "연구를 많이 하는 지도자다. 비디오 분석이나 미팅 자료 등을 직접 만들 정도다. 지도 스타일도 아주 꼼꼼하고 섬세한데 이는 현 대표팀이 미드필드에서 아기자기하게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훈련 때에도 한 번에 길게 차는 킥은 절대 하지 못하게 한다"고 최 감독의 지도 철학을 전했다.

최 감독은 이번 대회를 위해 출국하기 전부터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해 왔다.

사실 최 감독에게는 우승보다도 더 큰 목표가 있었다. 바로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이다.

최 감독은 대회를 치르면서 선수들에게도 "우리 목표는 우승이지만, 그보다 더한 또 다른 목표는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이다. 오늘 너희의 한 걸음 한 걸음으로 한국 여자축구가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가슴으로 뛰는 축구를 하자"고 주문해 왔다.

독일에 져 비록 우승 약속은 지키지 못하게 됐지만, 비전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최인철 감독 덕에 한국 여자축구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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