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도살장 가는 유럽돼지떼(PIGS)와 S&P

유럽 돼지떼(PIGS: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앞 글자를 딴 약자)가 하나 둘씩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먼저 문제가 불거졌던 그리스가 나라 빚 압박을 자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미적거리던 독일이 연쇄부도 위기가 확산되자구제금융 지원을 서두르겠다고 하면서 구제금융이 시작될 전망입니다.

PIGS 국가들이 나라 빚 문제를 포함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개별적으로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예를들어 그리스는 나라 곳간은 마구 풀어 문제가 생겨 이제 마구 풀 수 없다고 하니까 총파업 등 사회갈등이 심각한 것이 채무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고, 포르투갈은 낮은 저축율과 높은 서비스업 비중이 골치고, 스페인은 부동산 거품 당시 너도나도 빚을 져 민간부채도 만만치 않고 실업률은 20% 이상, 청년 실업율은 40%를  넘었습니다.

공통적인 이유는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에도 나라 빚 문제가 있었던 나라들인데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정부가 재정을 막대하게 투입해 빚을 지게 되면서 후폭풍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복지에 너무 돈을 많이 써서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한 가지 원인일 뿐 이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아닙니다. 이 모든 상황의 근본 원인은 이들이 유로화를 쓰기로 하면서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했기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리스가 만약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고 자신들의 원래 통화(drachma)를 가지고 있고 금리도 유럽중앙은행이 아닌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었더라면 우선 나라 빚 문제에 대한 사전경고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가 채권을 과다하게 발급하면서 빚을 많이 지게 되면 그리스 통화 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지게 되고, 채권을 사게 하기 위해서는 이자를 더 줘야하니까 시장에서 채권금리가 급등해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먼저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로존에 포함돼 있기때문에 지금처럼 큰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그리스 채권을 다른 유로존 채권과 비슷하게 취급해 줘 환율과 이자율 변동을 통한 사전 경고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그리스가 유로존 회원국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이 환율을 다룰 수만 있었다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환율을 올리면서 수출기업들은 경쟁력을 가지고 수출을 더 할 수 있고 국내에서는 수입품보다는 국산품을 사용하도록 유인해 빚을 갚을 돈을 벌 수 있었기때문입니다.

사실 중국이 하고 있는 방식이고(그래서 위안화 절상 논란이 벌어지는 거죠), 우리나라가 금융위기를 극복할 때 도움을 받았던 방법입니다.

하지만 유럽 돼지떼(PIGS) 국가들은 금리와 환율을 유럽 중앙은행이 정하기 때문에 나라 빚을 줄이기 위해선 뼈를 깎는 자구책 뿐인데 그렇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더러 IMF와 유로존의 구제금융 방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틴 펠트스타인 하바드대 경제학과 교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만 프린스턴대 교수, '예언자' 루비니 교수 등이 "그리스는 결국 채무불이행(Default) 수순을 밟을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비니 교수와 펠트스타인 교수는 '강도높은 채무조정' 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고 크루그만 교수는 유로화 탈퇴를 예언하고 있지만 어느 쪽이 됐던 파장이 만만치 않게 될 것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이유 외에 최근 남부유럽 문제로 세계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한데는 국제신용평가 회사 S&P가 한 몫을 했죠.

그리스를 포함한 남부유럽 나라 빚 문제는 지난 2월부터 계속 인식돼 온 것이었지만 그리스 신용등급을 투자할 가치가 없는  쓰레기 수준(정크본드)으로 낮춘 데 이어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고, 무엇보다 유로존 경제 4위로 이곳이 흔들릴 경우 연쇄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스페인의 신용등급까지 떨어뜨렸기때문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괜찮다고 하다가 갑자기 신용등급을 내리자 유럽 쪽에서는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공개적으로 쏟아지고 있는데요.

만약 스페인이 그리스와 비슷한 상황이 된다면 2008년 리만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것과 같은 세계 금융시장의 허리케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시 '신뢰의 위기' 가 오면서 금융기관들끼리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고 우량기업들도 자금을 조달 못하고 투자자와 예금자들은 돈을 찾으러 은행과 금융사로 달려가는 'RUN'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이걸 잘 알고 있기때문에 자구책 마련에 미적거리는 그리스에 뭔가 본때를 보여주려던 독일이 스페인의 등급 하향까지 일어나자 다시 적극 나서게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신용평가회사 S&P의 이번 결정이 과연 순수한 것일까요?

         


이걸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과거 행태때문에 신뢰를 많이 잃은 것은 사실입니다.

금융위기 전까지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파생된 상품의 93%에 대해  최고 등급(AAA)를 매겼습니다. 지금은 모두 쓰레기 등급이 됐지만 말입니다.

이뿐이 아니죠. 과거 엔론의 분식회계가 내부자 고발로 드러나기 전까지 역시 최고 등급을 줬던 회사들입니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돈을 채권을 파는 기업이나 금융사로부터 받기때문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실제 최근 미 상원 청문회에서 드러난 골드만 삭스와 S&P 직원 간의 이메일을 보면 계약을 끊겠다고 하자 '고객'인 골드만 삭스 입 맛에 맞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의 등급을 좋게 해 줬음을 보여주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이나 금융사가 어떤 신용평가회사를 쓸 지를 정부기관이 정해줘야한다는 대안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S&P발 연속 등급하향으로 일어난 세계 증시의 출렁거림이 혹시 어떤 고객의 수익을 위한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순수한 '뒷북 대응' 이었는지,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드러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