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은 아직도 '아이리버'를 MP3플레이어를 만드는 토종 한국 벤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젠 아닙니다. 전자책,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인터넷전화 등 다양한소형 전자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TV와 냉장고를 제외한 모든 전자제품을 만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이리버의 제품은 매우 다양합니다.
10년 전국에 MP3플레이어로 사업을 시작한 아이리버, 그러나 지금은 5가지 분야에서 12가지 모델을 갖고 있을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작지만 파워풀한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그 뒤에는 김군호 대표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성장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아이리버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 김군호 대표를 만나 그의 경영 철학에 대해 들었습니다.
1. 1999년 창립 이후, 아이리버 는 많은 경험을 했는데, 지난 10년을 뒤돌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김군호대표:
10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바뀌었는데요, 일단 외형적으로는 10년 전 7명이 꾸린 작은 벤처기업에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의 아이리버 는 항상 파격적이고 신선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지만 반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한계점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성 있는 제품개발에 노력했으며, 그 결과 기존 MP3플레이어를 비롯, 전자사전, 전자책 단말기, 인터넷 전화기 등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리버의 디자인은 경영 전반에 녹아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아이리버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아이리버다움’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즉, 아이리버다움이 녹아있는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UI, 포장, 리테일, 전시에 이르기까지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차별화된 디자인 스토리를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아이리버만의 차별화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아이리버의 핵심 역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수익구조를 형성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 아이리버 의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십니까? 10년 뒤에는 아이리버 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아이리버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Mp3플레이어, 전자사전으로 굳어져 있는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인터넷 전화기, 전자책 단말기 등의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으며, 사용하기 편하고 디자인이 우수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그 동안 축적된 역량을 기반으로 앞서가는 신기술을 적용함과 동시에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종합 디바이스 개발 업체가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더욱 많은 연구를 통해 혁신 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IT업계의 디자인명가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3. 아이리버 는 MP3플레이어 회사라는 이미지를 오랫동안 갖고 있었는데, 아이리버 는 어떤 회사인가요?
아이리버는 Mp3플레이어만을 제조하는 회사가 아닌, 소비자의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IT기기를 연구, 개발하고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실제로 전자사전 부문에서는 부동의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전자책 부문에서도 아이리버 스토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시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전자책, 네트워크 단말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4. 최근 아이리버는 제품군을 계속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유는?
Mp3플레이어 시장은 오랜 기간의 발전을 거듭해 업체별 기술력이 평이해지고, 제품 역시 대부분의 소비자가 보유함 따라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Mp3플레이어 만으로는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신성장 동력이 될 새로운 사업군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멀티미디어 단말기에서 축적한 기술과 디자인적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가능성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검토했으며, 올해 인터넷 전화기 스타일과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를 선보여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사용자의 입장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생활에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5. 아이리버 가 다른 중소 벤처기업과 차이는?
아이리버 와 다른 중소 벤처기업과는 역량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이리버 는 10년간 mp3플레이어, pmp 등의 멀티미디어 단말기 사업 및 전자사전 등 학습기기, 내비게이션, 전자책 등을 출시하며 기술에 관한 다양한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 전용 생산라인도 갖추고 있고, R&D, 디자인, 유통, 마케팅, 기술개발, 소비자 접점의 탄탄한 유통망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 역량 면에서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이달 초에도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커뮤니케이션 어워드에서 스토리를 비롯한 여러 제품이 수상한 바 있는데요. 매년 세계 유수 디자인 대회에서 아이리버의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6. 김군호 사장님이 말씀하신 "아이리버는 고객 여러분의 생활 속 가치를 재발견합니다" 란?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리버의 브랜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디자인을 고려한다는 아이리버의 경영철학인 '360도 디자인'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아이리버 는 위해서는 영업, 마케팅, 제품기획, 디자인 등 아이리버 의 모든 부서가 일관성 게 메시지를 공유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리버의 디자인 경영철학은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요. 전자책이나 인터넷 전화기 같이 아예 새로운 제품도 탄생했고, DMB에 특화된 Mp4플레이어나 목걸이형 Mp3플레이어 등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제품을 발전시킨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무심코 버리기 쉬운 제품의 패키지를 액자, 컵, 화병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거나, 제품을 수리하기 위한 서비스센터를 언제나 부담 없이 들러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7. 김사장님은 몇 가지 전자제품을 사용하고 계시며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지?
외부로 다닐 일들이 많아서 기동성이 좋은 전자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외부에서 메일을 체크하기 위해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고요. 사무실에서는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토리도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합니다. 그 동안 해외출장에 나가게 되도 짐이 많은 관계로 많아야 책 한 두 권 정도를 챙겨 가지고 다녔었는데, 스토리를 사용하면서 많은 양의 책도 한꺼번에 들고 다닐 수 있어 편리합니다. 충전도 자주 하지 않아도 되고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담아 놓고 비행기 안이나, 호텔에서나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8. 김사장님은 워낙 출장을 많이 다니시기 때문에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하는 홍길동' 이란 별명을 갖고 계시는데, 힘드시지 않으신지요? 얼마나 자주 출장을 다니시는지?
최근에는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를 해외시장에서 잘 팔아보기 위해 유럽을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현재 독일과 영국 전역에 서점을 갖고 있는 대형 서점체인 후겐두벨과 워터스톤즈 등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시장에서 성공해 널리 알려진 아마존의 킨들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으며, 그래서인지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독일, 영국, 러시아,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생활한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퇴근한 김 대표는 복도에서 만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안부를 물어보셨습니다. 직원들의 이름을 거의 모두 외우고 있으셨습니다. 작은 것이기는 하지만 직원들에게 대해 애착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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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가 있은 뒤 며칠 뒤 김군호 대표께서 아이리버를 떠나셨습니다. 사임 배경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리버를 오랫동안 취재했고 또 김군호 대표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저는 김 대표가 아이리버를 떠나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섭섭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