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노동의 새벽'으로 잘 알려진 시인 박노해 씨가 펜 대신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중동의 전장을 누비며 전쟁의 비극을 필름에 담았습니다.
남상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폭격에서 살아나온 어린이의 표정없는 얼굴, 전사한 형의 사진 앞에 앉은 어린 동생들의 눈빛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하지만, 빵을 구하기 위해 자전거 페달을 구르는 남매의 몸짓에서 희망이 엿보입니다.
박노해 씨는 전쟁의 공포와 빈곤에 시달리는 중동지역의 아이들을 보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종군기자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위험한 지역까지 드나들며 낡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무려 4만여 장, 이 가운데 37점을 골라 전시회를 엽니다.
[박노해/시인, 평화운동가 : 분쟁의 현장에서 힘없고, 폭격당하고, 죽어가는 약자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하는 것은 카메라였습니다.]
1998년, 8년 가까운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박노해 씨는 과거를 팔아 현재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사회적 발언을 삼가한 채 생명과 평화운동을 벌여왔습니다.
박 씨는 중동의 분쟁지역을 다닐수록 그곳과 우리나라가 공통적으로 짊어지고 있는 고통이 또렷이 보였다고 말합니다.
[지금 세계중에서 무장력이 가장 집중된 두 지역, 그리고 긴장된 두 지역, 이곳이 지금 중동과 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전이 끝난 뒤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3년전 설립한 학교를 돌보러 간다는 박노해 씨는 내년 10월쯤에는 새 시집 출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김경연)